[사설] 한국수출기업 덮친 미·중 통상전쟁

[사설] 한국수출기업 덮친 미·중 통상전쟁
    입력: 2018-06-24 18:00
미국과 중국의 통상·무역전쟁은 단지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강력한 보복관세를 주고 받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충돌은 강력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다른 국가들을 끌어당기게 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이어 자국에 대한 주요 수출국들을 융단폭격하려 한다. 거의 신경질적이기까지 하다. 자국에서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모조리 적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폭탄을 떨어뜨리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당장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생산 차량의 4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25% 관세를 맞게 되면 가격경쟁력을 잃어 수출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더욱 빠르게 정면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치킨게임 양상이다. 한쪽이 공격하면 다른 쪽은 더 큰 것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자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 등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두 나라는 상대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둘이 정면충돌하면 정도의 차이일 뿐 양쪽 모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두 나라가 상대국 수출품 500억 달러가량에 관세 25%씩 주고받으면 둘 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떨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하지만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성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단호함 때문이다. 미국은 제조업에 이어 IT(정보기술) 산업마저 넘보고 있는 중국을 그냥 둘 수 없다. 미래먹거리의 주도권을 넋 놓고 빼앗길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한국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비중이 40%가량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80%에 이른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에 관세를 물리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282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경제는 심각한 '반도체 편식'에 빠져 있다. 생산과 투자, 소비가 일제히 둔화하고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하는 등 내수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지면 그야말로 낭떠러지다.

정부는 그동안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 감소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방향만 그럴싸할 뿐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시장 다변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건 '진짜 규제혁파'다. 동맥경화처럼 흐름을 막고 있는 규제들을 풀어줘야 한다. "검토해 보겠다"는 느긋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더라도 경제를 돌려야 하고 수출을 해야 한다. 수출의 고군분투 속에 내수의 탄탄함을 키워야 한다. 이제 말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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