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사업성 예감… 연구 지시
수천억 손실에도 포기않고 '결실'
전기차 넘어 ESS시장까지 장악
"2020년 전기차 배터리 1위 전망"
수천억 손실에도 포기않고 '결실'
전기차 넘어 ESS시장까지 장악
"2020년 전기차 배터리 1위 전망"
26년 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영국에서 가져와 뿌린 배터리 씨앗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고 있다. LG화학 중·대형 배터리 사업이 자동차뿐 아니라 전력저장장치(ESS)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에너지는 6개월 동안 테스트를 거친 뒤 LG화학의 배터리를 쓰고 있는 북미 전력변환시스템(PCS) 업체인 이구아나의 가정용 ESS 위탁 판매 계약을 맺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에너지는 올해 초 가정용 ESS 자체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이번 계약으로 이구아나 제품을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판매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2015년부터 이구아나와 가정용 ESS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LG화학은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2020년 이후 출시할 차기 전기차 모델에 대한 배터리 공급 문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만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증권업체들은 최근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는 LG화학이 오는 202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를 굳힐 것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중대형 전지 생산 능력은 중국 CATL에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보이며, 2020년에는 LG화학 70GWh, CATL 50GWh로 격차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두 회사 모두 추가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상장 11일 만에 주가가 배 가까이 급증해 주목을 받은 CATL은 올해 누적 기준으로 파나소닉에 이은 세계 2위이고, LG화학은 4위다.
LG화학은 2016년 말부터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해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을 잇는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28만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LG의 배터리 사업은 고 구본무 회장이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끈기있게 추진해 왔다. 1992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방문한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2차전지를 처음 접하고, 직접 샘플을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이를 연구하도록 했다. 이후 1996년에는 전지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투자에도 성과가 나오지 않자 회사 안팎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사업부서를 독려했다. 2005년 당시 2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에도 구 회장은 "끈기있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은 작년 말 기준 42조원에 이르렀고, 지난해 전지사업부문에서 흑자전환을 하는 등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늘어날 매출 10조원 가운데 반 정도가 전지 쪽"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구본무 회장의 선구안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라며 "특히 배터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의 자동차 전장 사업 확대에도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릴린치 증권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6년 51만1675대에서 오는 2030년 1206만2673대로 무려 2257% 증가할 전망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