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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시간 혼란, 6개월 계도로 막을 수 있나

 

입력: 2018-06-20 18:00
[2018년 06월 21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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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대한 처벌이 일단 유예됐다. 정부와 여당이 혼란을 막기 위해 6개월간 계도 위주로 단속하고 처벌은 유예하기로 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더라도 6개월의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을 받아들였다. 처벌유예는 중견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에게만 적용하고 대기업은 대상에서 배제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 근로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관리를 잘못하다가는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더군다나 근로 형태는 각양각색이고 천차만별이어서 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합법과 위법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법 적용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이견이 없는 원론적 수준과 판례만 소개하고 애매모호한 내용은 노사 합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기업들의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사실 충분한 논의나 대책 없이 추진돼 이미 혼란이 예고됐다. 삶과 근로의 질 향상이란 명분을 업고 법 개정이 졸속으로 추진됐다. 업종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을 강제하면서 벌써부터 초과근로를 할 수 없게 된 분야는 생산 급락과 서비스 중단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는 부동산·임대업의 경우 월평균 29.7 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과 광업은 20.9 시간, 도소매는 15.6 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했다.

초과 근로를 할 수 없게 되자 혼란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버스기사의 초과 근로가 불법이 되면서 버스 회사나 버스를 운영하는 각 지자체들은 버스 운행 감편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비용 때문에 운전기사를 추가 고용할 형편도 못 된다. 이 같은 부작용은 예고된 바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취지는 좋으나 실물을 무시한 과격한 정책이다. 과격하게 올린 최저임금으로 인해 한계 소득층의 고용이 줄고 당초 겨냥했던 효과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는 것과 같다. 근로시간 단축도 줄어드는 시간만큼 추가 고용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현실은 추가 고용이 아니라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보수가 깎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근간이 되는 소위 소득주도성장과도 배치된다.

모든 경제정책은 시장이 감내할 수 있을 때 긍정적 효과를 낸다. 특정 이념에 매몰돼 밀어붙이는 정책은 반드시 역효과를 낳는다. 근로시간 단축은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들도 달갑지 않은 제도다.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초과근로를 통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하기 때문이다. 일할 권리를 국가가 제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6개월간의 처벌 유예와 계도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에는 부족하다. 대기업을 유예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근시안적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혼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차제에 법 적용 가이드라인도 좀더 정밀하게 가다듬어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 법 시행을 하면서 현장의 애로를 세세하게 경청한 후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생각할 수 있다. 사람 있고 제도가 있는 것이지 제도를 위한 제도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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