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왕의 귀환'이다. 2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폭스바겐 티구안은 이미 2년 전 세계 시장에 선보인 2세대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올해 4월에서야 판매를 시작했다. 악재를 딛고 뒤늦게 국내 시장에 합류했지만, 티구안은 '티구안'이였다.
지난달부터 출고를 시작한 티구안은 5월 1561대를 판매해 기존 월별 최대 판매기록(1228대)을 갈아치웠다. 브랜드 한 달 전체 판매량(2194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1.15%에 달한다. 5월 팔린 폭스바겐의 차 10대 중 7대가 티구안인 셈이다. 출시 직후 폭스바겐을 수입차 3위로 끌어올렸다. 무려 25개월만이다. 티구안은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SUV) 1위 자리에 올랐고, 전체 단일 차종으로는 BMW 520d에 39대 차이로 뒤져 2위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실시한 사전계약에서 3000대 주문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출고만 제때 이뤄졌다면 1위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다.
국내 소비자가 티구안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꼽힌다. 국산차에서 갈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독일 브랜드는 아직 가격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국산차 가격에 조금 웃돈을 얹어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폭스바겐이다.
티구안의 구매 가격은 3860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리미엄(4070만원), 프레스티지(4450만원)에 이어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 4모션(4750만원)으로 구성된다. 최상위 제품군은 5000만원에 가깝지만, 독일산 SUV를 3000만원대 후반, 40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 구미를 당겼다.
신차임에도 출시 초반 공격적인 판촉전을 활용한 점도 주효했다. 지난달 차 값 8%(약 300만원·기본형 기준)를 깎아주고 중고차를 넘기면 약 20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줬다. 3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국산 대표 준중형 SUV인 현대차 투싼은 225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자동변속기를 추가하면 17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최근 수동변속기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극히 드문 점을 고려하면 시작가는 사실상 2400만원이다. 여기에 이것저것 추가 옵션들을 더하다 보면 3000만원에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300만대 이상 팔린 차종인 만큼 폭스바겐도 공을 꽤 많이 들였다. 완전변경을 거치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설계된 SUV 중 최초로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그동안 '옥의 티'로 꼽혔던 실내 공간을 대폭 넓혔다. 차체는 이전보다 55㎜ 늘렸고, 차량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 거리(휠베이스)는 76㎜ 길어졌다. 전폭과 실내 전장은 각각 30㎜, 26㎜ 증가했다. 뒷좌석 레그룸도 29㎜ 늘렸다.
티구안을 상대할 경쟁차종이 딱히 없다는 점도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요인이다. 과거 한국닛산이 비슷한 체급인 캐시카이를 들여와 판매했지만, 이 차량도 배출가스 조작에 휘말리며 결국 판매 정지됐다. 그동안 공백이었던 시장에서 티구안이 나 홀로 질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