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기술발전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

[디지털산책] 기술발전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
    입력: 2018-06-19 18:00
임현 KISTEP 선임연구위원
[디지털산책] 기술발전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
임현 KISTEP 선임연구위원

최근의 급속한 기술발전에 대해 유럽의 과학기술 연구자 및 정책결정자가 느끼는 고민은 어떤 것일까? 올해 6월 초에 개최한 FTA 2018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그러한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 FTA 콘퍼런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공동연구센터(JRC)가 2004년부터 개최한 미래 지향적 기술 분석에 관한 국제회의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유럽의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적 패권을 가속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도전에 대한 불안감을 내보이며 유럽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민간이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식이나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중국식이 아닌 유럽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었으며 브렉시트, 극우주의의 강화, 유럽내 국가간 갈등의 증폭 등의 대내적인 이슈와 맞물려 유럽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FTA 콘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게르트 레온하르트(Gerd Leonhard)가 '기술과 인간성'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게르트 레온하르트는 2015년 와이어드 매거진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기술 분야의 100인 중의 한명으로 선정됐으며, 구글, 시스코, 미국 사회보장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 세계적인 기업 및 정부기관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인 데이터를 새로운 기름으로, 인공지능을 새로운 전기로, 그리고 사물인터넷을 새로운 신경망으로 묘사하면서 인간과 기계는 갈수록 중첩되고 있으며 인간성은 과거 300년보다 향후 20년 내에 더욱 급격하게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급속한 기술적 진보 속에서 기술을 현명하게 통제한다면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유럽의 미래를 위해서는 디지털 윤리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라는 세션에서는 유전학, 합성생물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최근의 급속한 기술발전과 이러한 기술발전이 초래하는 윤리적 이슈 등의 사회적 변화에 대해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연구혁신 분과에서 산업기술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피터 드로엘(Peter Droell)은 유럽연합의 향후 10년간의 투자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미래에 대한 예측,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과거 프로그램들의 성과 등과 같은 증거(Evidence), 연속성(Continuity)이라는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연속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류에 따라 갑자기 방향을 바꾸지 않음을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세계미래인권위원회에 참석하는 힐러리 서클리프(Hilary Sutcliffe)는 기술의 하이프(Hype)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Groundhog Day"라는 영화처럼 과거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등의 기술발전이 과장되고 부풀려지는 것처럼 지금의 인공지능 및 양자기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가 직면한 많은 사회적 이슈들은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시스템의 문제이며 기술로만 해결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많은 미디어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발전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비해 엄격한 정부의 규제로 인한 경제적 기회상실의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기회에만 집착하여 기술발전이 초래하는 인간성 상실의 위험은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기술의 발전을 경제적 성장으로만 연계시키지 않고 인간성과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유럽인들의 노력에 대해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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