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 코인 공약도 `디지털 포퓰리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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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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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역 코인 공약도 `디지털 포퓰리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후보들은 앞다퉈 지역 코인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의 서울코인, 부산, 인천, 천안 등의 도시 코인은 물론, 관악구의 관악코인, 광주서구의 서구코인과 이미 언론에 의해 관심을 받고 있는 노원구 지역화폐코인까지 있다.

중앙정부가 암호화폐를 투기의 수단으로 보고 과도한 규제를 시도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청년층의 반발을 사면서 놀란 중앙정부가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공포심에 떨고 있는 사이에 지자체 후보마다 코인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이는 중앙정부에 의해 거부된 혁신이 지방에서 다양하게 실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도의 장점을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지방 분권이 발달한 스위스, 미국, 영국 등이 혁신에 성공하는 근본 이유 중에 하나가 경제의 지방분권화에 의한 자유로운 혁신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 서울시에서 시민들의 편리와 교통비 절감을 위해 도입된 스마트머니와 청계천 개발의 성공 사례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된 사례는 지방자치의 자율과 실험이 국가전체의 혁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인지를 보여줬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혁명의 지지자들은 지역코인이 스마트머니처럼 지방발 혁신의 성공사례가 되어 중앙정부의 코인포비아를 극복하고 크립토 경제의 혁신의 촉발제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약들의 내용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혁신적 가치를 인식하고 성공사례를 구현할 아이디어와 타당성을 검토하고 내건 공약이기보다는 현재 가장 최첨단 기술 이미지를 선거에 이용하는 차원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지역 코인은 기존의 지역화폐를 블록체인의 코인화하겠다는 발상이 대부분이다. 현재 70여 개 지역화폐 거래는 매우 미미하다. 마포구의 지역화폐 '모아'는 2016년부터 발행됐으나 누적 유통규모가 2억원에 불과하다. 훨씬 큰 대도시인 대전시의 '두루'의 지역화폐 또한 연간 1만에서 1만 5000건에 불과하다. 노원구의 노원코인의 경우도 4000명이 이용하는 소규모의 거래에 불과하다. 이런 소규모 거래가 지역 코인의 가격을 상승시켜서 투자나 경제성 있는 채굴의 기회도 제공하지 못하니 공개 블록체인이 아니라 지자체의 전산장비에서 돌아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지금의 지역화폐를 코인이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거창한 포장 없이 전산화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소규모 거래를 갖고는 블록체인화하는 개발비용의 경제성을 담보되기 쉽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나 상품권의 유통은 지역 소상공인이나 복지 수혜계층으로 이들은 스마트폰의 사용에서도 약자라서 코인 경제에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코인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더더욱 소외시킬 가능성도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코인을 자칫하면 시장의 경쟁과 혁신기능을 배척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이다. 관악코인을 제안한 후보는 "자본이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지역경제에서 외부의 경쟁을 차단하는 폐쇄경제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관세장벽을 만들어 국제무역을 거부하는 것과 동일하여 나라 안에 여러 배타적 사이버 경제 국경을 긋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최고의 물건과 서비스가 유통되는 시장의 선택을 왜곡하는 것으로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고 주민들의 후생 또한 희생하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에 반하는 시도다.

기업이나 정부나 본질적인 가치의 혁신 없이 최신의 기술로 포장만 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일 뿐이고 전형적인 전시행정일 뿐이다. 예비 타당성이나 경제성 분석과 지역화폐 거래가 왜 부진한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없는 성급한 코인 또한 블록체인 기술업체 등 이해집단과 결탁한 타락한 민주주의의 비용일 뿐이다. 돌맹이를 티파니의 보속함에 넣는다고 보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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