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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야권 새판 짜라는 국민의 명령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입력: 2018-06-14 18:00
[2018년 06월 1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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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야권 새판 짜라는 국민의 명령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6·13 선거는 남북회담과 선거 전날인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 묻혀 경제문제는 물론 안보문제도 선거이슈에서 실종된 그런 선거였다. 민주당의 사상 최대 압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야권의 지리멸렬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는 정책도 비전도 인물도 보이지 않았다. 견제세력 야권을 지원하고자 해도 찍어줄 정당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했다.

야권의 참패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정과 그 이후를 되돌아보라. 정권을 빼앗긴 새누리당은 네 탓 내 탓 다투며 쪼개졌다. 정권을 잃었으면서도 반성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그래서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다.

바둑 한 판을 두고서도 복기를 하는 건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때늦었지만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조차 않으면 또 다시 소를 잃는다. 지금 야권이 그렇다.

보수야권은 궤멸에 가까운데 더 이상 머뭇거릴 까닭이 남아 있는가. 이제는 진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어느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야의 균형과 견제를 통해 좋은 나라 만들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보수를 자처하겠다면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라. 좋은 것을 지키겠다는 것이 보수라면 어떤 것이 좋은 것이며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행동하라. 이 땅에 제대로 된 보수가 있는지, 제대로 된 진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네 편 내편으로 갈려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지금 비상상황이다. 미·북 회담 결과를 보라. 우리의 최대관심사는 북한의 핵 폐기였는데 동맹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시간이 없어 공동성명에 넣지 않았다거나, 한미군사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어 중단해야 한다는 따위의 발언이 나왔다. 우리의 사활이 걸린 안보문제를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는 걸 우리는 목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 이겼다고 환호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살펴라. 안보는 진짜 벼랑에 몰려있다. 남북회담을 했다고, 또 한다고 해서 안보문제가 해결되고 통일이 되는 게 아니다. 평화협정이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힘이 있어야 평화는 보장된다.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기업은 활기를 잃었고 제조업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서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위협을 받고 있고 새 세대를 키우는 교육은 방황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며 준비하고 있는가.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며 선거에 이겼다고 즐길 때가 아닌 것이다. 선거에 이긴 것으로 이런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내건 공약의 이행에 들어갈 비용은 150조원에 육박했다.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묻지 마 공약'은 남발했다. 지자체의 미래는 그래서 밝지 않다.

2005년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개혁을 단행, '유럽의 병자' 독일 경제를 살렸지만 그 개혁 때문에 총선에 패배했다. 슈뢰더는 정파와 정당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챙기면서 "지도자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개혁해야한다"고 했다. 슈뢰더를 이어 총리가 된 메르켈은 첫 의회연설에서 "새 시대를 열게 해준 슈뢰더 총리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이와 같은 정권 이어받기 정치를 우리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선거결과에 도취하거나 낙담하는 건 대책이 아니다. 이기든 지든 더 잘하기 경쟁을 벌여 다음을 기약하며 전진하는 그런 정치를 국민은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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