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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사이버분야 남북협력도 시급하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06-14 18:00
[2018년 06월 1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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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사이버분야 남북협력도 시급하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비핵화의 여정은 험난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남북은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어 갈 가능성이 있다. 물리공간의 철도·교통·전력망 구축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정보통신망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협력의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남북갈등의 현안이었던 비핵화의 물꼬는 터졌지만, 새로운 갈등의 지평이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버·전염병·환경 분야의 안보위협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들 안보위협은 핵무기 같은 전통안보와는 그 성격이 질적으로 다른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의 이슈들이다. 신흥은 복잡계 이론에서 말하는 창발(emergence)의 다른 번역어이다. 신흥안보는, 원래는 미시적 안전의 문제이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그 양이 늘어나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거시적 차원의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안보위협을 지칭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핵실험이나 미사일 공격보다 해킹 공격이 더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도 있고, 총이나 대포보다 신종플루나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명에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핵위협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사이버 안보는 남북 간의 큰 갈등 요인이었다. 북한발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이 감행되어 국가 기반시설을 교란하고 개인과 기업의 정보와 금전을 탈취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겨냥한 북한의 해킹은 국민들의 심리를 불안케 했으며, 미국의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은 미북갈등의 큰 불씨가 될 뻔 했다. 최근 사이버 안보의 불씨는 경제와 사회 분야에도 옮겨 붙어 전략물자의 교류와 개인정보 보호가 쟁점이 됐다. 언젠가는 남북정상이나 미북정상이 사이버 안보를 현안으로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건의료도 대표적인 신흥안보 분야이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등과 같은 신종 전염병은 남북 간에도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오랜 분단과 사회경제적 차이로 인해서 남북은 취약한 질병의 종류나 면역력에 있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신종 전염병이 남북 교류협력의 과정에서 노동력 이동이나 탈북 난민 등의 현상과 연계되어 급속히 전파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남북은 극단적인 조치로 또 다른 분단의 벽을 만들지도 모른다.

현재 한반도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아열대화, 강수 패턴의 변화, 홍수와 가뭄의 빈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발 스모그와 미세먼지의 초국경적 피해와 같은 대기오염도 큰 문제다. 향후 남북 교류협력 과정에서 북한이 개방되어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경우, 북한의 에너지 소비패턴의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량의 급증으로 이어져,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는 식량이나 수자원 문제와 연계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위협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신흥안보 이슈들의 특징은 위협유발의 당사자가 명확치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일국 차원을 넘어서는 국제협력과 민간협력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위협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과학기술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오랫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북핵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조짐이 보이는 지금, 사이버·전염병·환경과 같은 신흥안보 분야의 협력은 남북이 풀어야 할 다음 번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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