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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혈연 경영권 승계` 리스크 큰 이유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18-06-11 18:00
[2018년 06월 12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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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혈연 경영권 승계` 리스크 큰 이유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일부 재벌기업들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공개적으로 혹은 암암리에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경우 혈연승계의 관행에 따라 현재 총수의 상속자가 유력한 승계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재벌들이 거느린 계열기업들 중 상당수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춘 데다 외국인 지분 비율 또한 5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랜 기간 경영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온 후보를 고려하지 않고 혈연승계의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사실 가족기업들이 혈연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은 아니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가족기업들이 창업주의 혈연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계획이 짜여지고 자녀가 어릴 경우에는 승계시점이 자녀의 성장 이후로 연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기업의 혈연중심승계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가업승계지원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승계계획이 있는 중소 및 중견기업인 중 적절한 경영권 승계대상을 자녀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비율이 90%를 넘고 있다고 한다. 전문경영인을 적절한 승계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연을 통해 경영권이 승계된 기업의 상당수는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성과가 좋지 않다는 분석결과들이 많다. 특히 혈연승계의 부정적 영향은 승계 이전 성과가 평균이상이었던 기업들이나 첨단산업 등 고속으로 성장하는 산업일수록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혈연승계를 택한 가족기업들 중 승계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흔히 발견된다. 이는 혈연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한 가족기업의 대표가 경쟁체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거나 전문적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성과가 좋지 않고 자칫 기업의 존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혈연중심의 경영권 승계가 흔한 이유는 주로 창업주와의 유사성이나 기질적 요인들을 통해 설명된다. 우선 가족기업의 대표가 후보를 평가할 때 자신과의 유사성을 더 중시하는 친족우선 혹은 동종선호(Homophily)의 성향이 반영되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가설이 사실이라면 역량이 검증된 전문경영인 후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혈연관계에 있는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기질적 요인을 중요하게 간주하는 가족기업의 전형적 특성을 들어 창업주와 기질이 다른 매니저들은 승계후보가 되기도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이유야 어디에 있던 혈연중심의 경영권 승계가 보편화된 경제에서는 경쟁과 성과창출을 통해 역량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위축되고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효율성의 저하나 기업가치의 하락이 다수주주의 손실로 이어질 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최근 일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국내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거래나 계열사 합병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의제기는 승계를 위한 증여나 합병 등이 주주가치의 훼손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는 한 경제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단 위법적이거나 변칙적인 거래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 자체가 경제적 비효율성으로 인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경영간섭을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로 치부하기보다는 성과창출과 혁신을 우선시하는 승계관행을 확립하고자 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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