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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감성에 젖은 북한 경제 지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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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포럼] 감성에 젖은 북한 경제 지원 안된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내일 예정된 미북(美北) 회담을 계기로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간의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경제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의 속내는, 즉 진정 핵무기를 버릴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 당장은 잘 알 수 없고 향후 관계의 진전과 함께 점차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미북 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또 북한이 경제 회생을 원한다고 짐작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지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회복 불능 상태로 망가진 것은 다른 나라들의 경제 제재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붕괴에 일조했을 뿐, 북한 경제를 망가뜨린 근본적 원인은 사회주의 체제 자체에 내재된 사유재산 부재(不在) 때문이다.

사회주의 사회는 사유 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음식, 옷, 가재도구 등의 소비재는 공유하지 않고 사유한다. 소비재는 사람들 간에 궁극적으로 분할되어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나는 바로 그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없다. 북한에서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는 장마당은 기본적으로 소비재를 사고파는 시장이다.

사회주의 사회는 자본재를 공유한다. 자본재를 공유하므로 자본재 시장이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특정 기업에서 사용하는 자본재의 기회비용을 반영하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인지 사회주의 사회인지를 판별하려면 자본시장(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된다.

자본재 시장이 없어 자본재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자본재 가격이 없다. 예를 들어 북한에는 굴삭기라는 자본재는 있지만, 그 가격이 없다. 이로부터 생기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 경제계산 불가능성 문제다. 한국에서는 일정한 발전량의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수력, 화력, 원자력발전소 중에서 건설비용과 유지비용 등을 합한 총 비용이 가장 적게 들어가리라고 예상되는 방법을 택한다. 건설에 들어가는 장비와 인력, 원자재 등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어 그것들의 가격이 있으므로 총비용에 대한 추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한에는 자본재 시장이 없으므로 특정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안내해줄 수 있는 길잡이가 없다. 어떤 발전소를 어떻게 건설해야 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로지 명령권자의 지시에 따를 뿐이다. 자원배분은 엉망이 되고 경제는 몰락한다. 이에 더하여 열심히 일한 결과물도 내가 처분할 수 없으므로 일할 인센티브도 없다.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회주의 경제가 몰락하는 현상은 논리적 필연성에 의한 것이지 경험적 경향성에 따른 것이 아니다.

북한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유재산이 허용되어야 한다. 이는 곧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겉 무늬는 사회주의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체제인 중국의 개혁개방 정도는 되어야 북한 경제가 회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지금 북한 정권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의미는 모호하다. 만일 체제 보장이 현재의 사회주의 하에서 세습 정권의 안정을 의미한다면 북한 경제의 회생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핵무기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유입되는 투자나 원조 등의 떡을 소진하면서 근근이 삶을 유지할 뿐, 스스로 떡을 키우면서 자립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은 이룩할 수 없다. 한국이 개성공단 같은 것을 수백 개 만들어 지원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설령 미국이 대규모 민간 투자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대두하는 북한 경제 원조에 관해 고려해야 할 점이다. 경제 지원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의 지렛대로 활용하며 진행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한국이 들뜬 마음으로 봄이 온 것처럼 감성에 젖어 북핵과 경제 지원 문제를 다룬다면, 지원은 지원대로 하면서 5천만 명의 생명을 핵 위험에 노출시키는 치명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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