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해물질 안전관리` 논란 지속되는 이유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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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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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해물질 안전관리` 논란 지속되는 이유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유해물질의 안전 관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유해물질의 분석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유해물질의 양이 밀리그램이나 ppm(백만분의 1)으로 표시해야 할 정도로 적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미량 분석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함께 첨단 분석기기를 갖춘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정부의 분석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학의 분석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를 근거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해물질의 관리 업무에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유해물질의 관리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과 제도에 따라 이뤄져야만 한다. 유해성 여부를 검사할 '표본'을 채취하고, 유해물질의 함량을 '분석'하고, 위법성 여부를 '판정'하는 모든 과정이 그렇다. 유해물질 관리에 응하는 생산자도 고시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동의를 해야만 한다. 정부의 고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제품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해물질 관리는 스포츠 경기와 매우 닮았다.

유해물질의 안전 관리를 위한 절차에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정확성, 공정성,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분석에 필요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분석 기술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생산자가 지출하는 유해물질 관리 비용은 결국 제품의 가격이나 세금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류의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비용이 적게 드는 분석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정해놓은 '고시'에 따른 안전 관리의 절차와 방법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표본을 선정하는 방법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고, 분석 방법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유해성 판정의 기준과 방법이 불만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시에 따른 판정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

표본 조사에서는 재검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검사에 사용하는 표본이 달라지면 검사의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자나 정부가 만족할 때까지 검사를 반복해야 한다면 표본조사에 의한 유해물질 관리는 무의미해진다. 경기가 끝난 후에 경기 규칙이 틀렸다는 이유로 재경기를 요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고시의 개정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요구가 판정에 불복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유해물질의 안전 관리에서 분석 전문가인 교수의 역할은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표본의 채취에서부터 분석실험의 수행과 규제 결과의 판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교수가 직접 참여할 기회는 거의 없다. 정부의 안전 관리 실무는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교육과 연구가 본업인 대학 교수가 그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분석실험실이 제조사의 의뢰를 받아서 제품의 유해성 검사를 해주는 일도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의 유해성 검사에서는 학술적 정확성이나 엄밀함보다 고시된 절차와 방법을 지키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의 공식적인 인증을 받지 않은 대학 실험실에서의 검사는 무의미하다. 인증을 받지 않은 사설 경기장에서의 기록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 실험실에서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정부의 유해성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

대학이 제조사로부터 유해성 검사를 용역 사업으로 수행하는 관행에는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있다. 대학 실험실의 분석기기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으로 마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분석기기는 순수하게 연구와 교육의 목적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용역 사업에 대학원 학생들을 활용하는 것도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기업을 위해 무의미한 유해성 검사를 해주는 것을 정상적인 산학협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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