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발달장애인 편견을 깨자

하주현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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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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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발달장애인 편견을 깨자
하주현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최근 나는 나보다 젊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젊은 시절 그녀들은 한창 잘 나갔다. 피아노를 전공했었고 작고 날씬했던 P, 건축학도로 결혼 전까지 현장에서 근무했던 L, 집안의 막내딸로 어려움 없이 컸었던 K. 새로 사귄 젊은 친구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의 엄마들이다. 그녀들은 각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장애인 엄마로 불리고 있다.

그녀들을 만나게 된 계기는 장애인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다. 발달장애인과 장애인가족들은 여행을 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같이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행을 가기 한층 수월할 것이다.

무주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같이 가던 멤버들 외에 새로운 가족들이 참여했다. J군은 심한 자폐를 가지고 있었다. 자폐성 장애인은 일상의 생활리듬이 깨지면 불편해하고 두려워한다. J군은 낯선 이들과의 낯선 환경을 매우 어려워했고, 밤새 소리 지르고 울었다. 모두에게 힘든 밤이었다. 다음날 한 엄마가 물어보았다. "J군과 같이 여행 다니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J군은 여행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J군은 일 년에 서너 차례 여행을 빠짐없이 참석했으며, 작년에는 제주도에도 다녀왔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좋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발달장애인은 규칙적인 일상을 선호하고, 낯선 활동을 어려워하지만, 여행을 자주 가게 되면 차츰 적응하게 된다. 여행은 발달장애인에게 사회성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데에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장애인 부모들에게 더 큰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집에만 있어야 하나?","내가 죽고 나면 내 아이는 누가 돌보나?"와 같은 걱정이다.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은 의무교육기간이 끝나면 갈 곳이 없다. 의무교육기간이 끝나는 순간 장애인 자녀는 온전히 부모, 특히 엄마의 몫이 되며, 엄마는 장애인 자녀와 함께 집에 갇히게 된다. 엄마가 장애인 자녀만 돌보게 되면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 다른 비장애 자녀와 엄마의 관계가 소홀해지게 되고, 가정이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인가정의 문제는 안됐기는 하지만, 그 가정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흔하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추정 장애인 인구는 267만 명으로 전 인구 대비 장애 출현율은 5.4%이며, 인구 1만 명 중에는 539명이 장애인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의미는 다중적이다. 첫째, 장애인의 수가 많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들에 대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둘째, 더 이상 장애인을 소수라고 얕볼 수 없으며, 이들이 뭉치면 사회적 약자가 아니고 사회적 다수가 된다는 의미다. 장애인의 문제, 특히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인의 문제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여행에 이어서 우리는 대학교 내에 문제해결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다. 장애인 부모들과 뜻을 같이하는 교수들, 대학생들, 교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점차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일자리 문제에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대학에서는 지역사회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엄마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고 창업 준비를 했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은 좋은 공간이다.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도서관이나 체육관과 같은 문화시설이 있으며, 지역사회의 상생을 돕는 산학협력단과 같은 인프라가 구비돼 있다.

우리는 드디어 올해 초 발달장애인들과 엄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발그래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발그래란 '발달장애인과 함께 그리는 미래'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투르고 실패도 많았으나 생각보다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우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젊은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품을 거의 원가에 제공하는 통 큰 사장님도 만나면서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즐겁다. 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내 아이가 나와 함께 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 만인가? 평범한 우리 이웃이고 친구이던 예쁜 엄마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어려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고 일어서려고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발그래가 생겼으면 좋겠다. 전국의 젊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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