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체적 방안 제시 않고
김정은 CVID언급 안해 '신경전'
미북실무협상서 구체화 가능성도
김정은 CVID언급 안해 '신경전'
미북실무협상서 구체화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우려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듭 전달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셈법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체제 안전 보장은 미북 간 '상호불가침조약' 체결 등 낮은 단계에서부터 종전협정, 평화협정 체결, 미북 수교, 대사관 설치 등 복잡 다단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된 이후 체제 안전 보장 문제를 언급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도중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일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상호불가침조약 체결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체제 안전 보장책을 내놓을 경우 북한이 구체적인 이행대책으로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한미 동맹이 약화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때문에 미국은 구체적인 체제 안전 보장 방안보다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손쉬운 경제적 보상 문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못미더운 것으로 보인다.
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CVID를 받아들이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채 CVID를 수용하겠다고 밝힐 경우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북 간 실무협상은 체제 안전 보장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구체적인 체제 안전 보장 방안에 미북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실무협상은 물론 미북 정상회담도 순풍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실무협상에서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등 핵무기와 핵물질을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도 집중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CVID의 구체적 조치로 핵무기 등의 국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지켜본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가세해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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