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실리콘밸리 성공신화는… ‘괴짜ㆍ스탠퍼드ㆍ벤처캐피탈’의 매직

구멍가게를 글로벌기업으로… '괴짜·스탠퍼드·VC'의 매직
HP 허름한 차고는 실리콘밸리의 성지
창업자들 VC 지원으로 성장가도 달려
'서부의 하버드' 스탠버드대 역할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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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실리콘밸리 성공신화는… ‘괴짜ㆍ스탠퍼드ㆍ벤처캐피탈’의 매직
미국 정부의 사적지로 등록된 HP 차고와 저택
이경탁기자
[르포] 실리콘밸리 성공신화는… ‘괴짜ㆍ스탠퍼드ㆍ벤처캐피탈’의 매직
구글 캠퍼스 내 구글 클라우드사업부 건물 이경탁기자

'시작은 미약하나 결과는 창대하리라.'

흔히 인용되는 이 성경 문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딱 맞는 표현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세 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상한 '괴짜'들과 이들을 배출하는 '스탠퍼드대학교', 구멍가게를 글로벌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벤처캐피털(VC)'의 마법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를 이끄는 첨단산업 기지로, 수많은 IT·벤처기업들이 모여 세련되면서도 자유분방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거리를 이동하는 차창 밖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위치한 기업들의 사옥은 모두 캠퍼스로 불린다. 단독 빌딩이 아니라 넓은 정원 부지에 개별 건물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고층 빌딩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회사가 대학교 캠퍼스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실리콘밸리의 성지와도 같은 명소는 단연 HP 차고다. HP는 프린터·PC·노트북·서버 등 하드웨어(HW)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적 IT 기업이지만 시작은 허름한 차고였다. 스탠퍼드대학 출신의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193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에디슨가 367번지에 위치한 차고에서 단돈 538달러의 자금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주택의 구석진 차고에서 세계적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이 장소는 실리콘밸리 성공신화의 탄생지인 만큼 미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사적지로 지정했다.

HP뿐 아니라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글로벌 IT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 모두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고는 아니지만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대학 기숙사에서,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는 골방에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모두 천재로 익히 알려졌다. 괴짜 기질을 가진 이들이 몽상가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벤처캐피털(VC) 생태계가 뒷받침한 덕분이다.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 부근에 위치한 샌드힐로드에는 코슬라벤처스, 세콰이어캐피털, 어거스트캐피탈 등 20여 개의 미국 대표 VC가 밀집해있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은사로 유명한 데이비드 체리턴 스탠퍼드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 대부분이 샌드힐로드에 위치한 VC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1972년 샌드힐로드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VC 클라이너퍼킨스(KPCB)는 구글의 성장을 돕고 아마존, HP, 오라클에 인수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같은 세계적 IT기업 500여 개를 키워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년 수천개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만큼 극소수의 천재만이 아니라 개발자, 엔지니어 등을 원활하게 수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역할은 '서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스탠퍼드대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은 전통적으로 기술업계 창업과 취업을 장려한다. 구글·시스코·야후·인스타그램·링크드인 등을 스탠퍼드대 출신이 창업했고, 그들 밑에서 많은 졸업생들이 활약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캠퍼스는 여의도의 11배에 달해 내부는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전체 면적의 20% 정도만 건물이 들어서고, 나머지는 잔디밭과 숲으로 이뤄져 국립공원 같은 풍경이다. 학생 대다수는 남녀 구분 없이 후줄근한 후드티를 입고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녔다. 지나친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훗날 IT업계 거물이 돼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새너제이(미국)=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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