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내 이통시장 죽어가고 있다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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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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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내 이통시장 죽어가고 있다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업의 숫자는 2000년 5개에서 3개로 축소되었고, 그 이후 18년째 3개 사업자 경쟁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3개 기업 과점체제로 전환된 이후 정부가 다양한 비대칭규제를 통해 후발사업자를 도와주었으나, 지난 18년간 3사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 18년 동안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이 정체된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눈부신 성과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서비스가 2세대 음성서비스에서 4세대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발전하였고 이제 조만간 5세대 사물인터넷 서비스로 나아갈 예정이다. 2010년 이동통신서비스 가입률이 100%를 넘어섰고,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의 질은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가에 속한다. 우수한 통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다양한 인터넷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꽃피우면서 우리경제의 효율성이 향상되었고 국민의 삶이 편리해졌으며 우리 문화를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소비자로서 우리나라의 한 국민으로서 이러한 눈부신 성과를 달성한 이동통신사업자와 정부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 모든 성과가 이동통신 기업들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경쟁과정에서 파생된 결과이지 그들이 베푼 시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18년간 추진한 다양한 반경쟁적 정책에 불구하고 상대 고객을 뺏어 오기 위한 사업자간 경쟁이 지속되면서 이동통신 산업 발전의 효과가 소비자와 공유될 수 있었다.

과거 18년간 우리 정부는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지속해 왔다. 심지어 지난해까지도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도가 유지됐었다. 통신서비스는 단말기 없이는 이용할 수 없으며 서비스 없이 단말기만 구매하는 것도 있을 수가 없다. 이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는 항상 함께 소비되어야만 하는 결합상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는 서비스 이용료와 단말기 구매비용을 합산한 총 비용이 서비스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요금할인을 통해서 또는 단말기 구매비용 지원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

이동통신 산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요금을 변경할 때는 정부에 신고하거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단말기 보조금은 과거 요금보다 손쉽게 특정 지역에서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번개할인이 가능했다. 단통법이 만들어진 후 이와 같은 번개할인이 어려워졌고, 단말기 보조금의 형평성을 정부가 여전히 요구하다 보니 사실상 단말기 보조금이 더 이상 시장에서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여지가 사라졌다.

이 결과는 바로 이동통신시장에서 번호이동의 급격한 감소로 나타났다. 단말기 보조금이 유사하게 지급되다보니 사업자를 바꾸기 보다는 25% 요금할인을 받고 유무선 결합을 통해 전체적인 가계통신비를 관리하는 것이 소비자의 주된 관심사가 된 것이다. 특히 금년 초 20% 요금할인이 25%로 증가된 이후 번호이동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소비자가 이통사업자를 바꿀 유인이 사라진 다는 것은 우리 이동통신시장에서 3개 사업자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화석과 같이 굳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통법 이전과 이후 3사의 시장점유율은 계속해서 안정적이나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사업자간 경쟁은 크게 저하된 것이고, 더욱 문제인 것은 단말기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시장의 경직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소비자 유치경쟁은 요금과 단말기 보조금 두 축을 기반으로 진행되나 현 규제제도 아래서는 그 어느 것도 사실상 자유화 되어 있지 않다. 단말기 보조금도 한도규제는 폐지되었으나 단말기 보조금 공시제도를 통한 형평성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동통신 기업들이 무엇으로 경쟁하고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택하란 말인가?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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