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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영 칼럼] 게임SW의 `어두운 그림자`

허우영 IT정보화부 차장 

입력: 2018-05-20 18:00
[2018년 05월 21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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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영 칼럼] 게임SW의 `어두운 그림자`
허우영 IT정보화부 차장
지난 3월 둘째 아이까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부형'이라는 무게감을 매일 실감한다. 두 아이가 손잡고 함께 등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앞선 '선배 학부형들'이 그랬듯이.

그러나 초보 학부형의 고민은 어느날 느닷없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달, 둘째아이가 웃는 얼굴로 침대에서 방방 뛰놀며 "아빠, 나 자살할 거야"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순간 온몸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분명 내가 잘못 들었겠지. 아이에게 다시 말해보라 타일렀다. 아이는 역시나 정확한 발음으로 '자살'이라고 답했다.

이제 갓 학교 문턱을 밟은지 겨우 두 달. 아니 무슨 근심거리가 있어 벌써 저런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을 할까. 아빠의 심란한 마음도 모른채 둘째는 계속 침대에서 점프했다. 정신을 차렸다. 큰애를 불렀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학교나 집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둘째가 왜 저렇게 침대에서 뛰고 있는지를 물었다. 유튜브에서 '마인크래프트' 동영상을 본 후 저렇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단서를 잡았다.

마인크래프트는 윈도 운영체제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이다. 주인공이 벽돌을 깨 자원을 캔 후 도끼나 칼 등 무기 아이템을 얻고 몬스터를 피해 살아남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다. 그 게임은 단순하고 유치하면서 별다른 폭력성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애들이 원하면 게임과 유튜브 시청을 허락했다. 심지어 마인크래프트 레고 블록도 사주고, 스마트폰으로 보면 시력이 나빠질까 봐 태블릿까지 구매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주기도 했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게임과 이를 즐기는 화면을 담은 유튜브 해설자들로부터 어린 학생에게 허용될 수 없는 험한 단어를 배운 것이다.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벽돌을 깨 나뭇가지를 도끼나 칼로 만들어 싸우고, 괴물을 피해 다니다 체력을 다 잃으면 죽는다는 단순한 줄거리의 게임에서도 아이들은 폭력에 노출됐다.

나아가 게임 주인공이 실수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을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을 게임과 유튜브에서 '자살'이라는 말로 표현하니 아이는 아무 생각없이 그 말을 따라 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사람도 다시 살아난다고 믿는다. 심각한 인지부조화다.

며칠 전 보건복지부에서 '2018 자살예방백서'를 발간했다. 지난 2016년엔 1만3092명이 숨졌다고 한다. 10만명당 자살자가 무려 25.6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행히 자살자 숫자는 감소 추세라고 하지만 10∼20대 자살률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미래 주인공인 10대의 자살률은 10만명당 4.9명으로, 안타깝게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청소년의 자살 동기는 학교성적, 가족간 갈등, 선후배나 또래와의 갈등 순이라고 분석했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더 편리해졌다. 요즘 10대, 20대들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포털사이트 대신 유튜브에서 영상을 검색한다고 한다. 유튜브는 13억 명의 사용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매일 평균 방문자수가 3000만 명에 이른다. 유튜브의 전성시대다. 유튜브는 게임의 시장터가 됐다. 시청률 경쟁도 무척 심하다. 게다가 유튜버들이 게임을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희화화해서 중계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튜버의 정제되지 않는 언어로 어린 아이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

게임SW와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가상공간에서 '자살'을 쉽게 말하고 미디어를 통해서도 가벼운 담론으로 여겨진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둘째아이에게 삶은 게임 속 주인공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두 달째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시간에 맡길 뿐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활동시간을 늘리고 있다. 매일 폐지로 아이와 딱지를 접는다. 등교하는 아이의 책가방에는 책보다 딱지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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