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한샘이 수습사원 6명을 월 매출 6000만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채용 4개월 만에 해고했다. 수습사원들은 사측이 사전에 공지 없이 매출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억울해 했다. 한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채용 갑질'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샘은 올해 1월 본사 영업직 신입사원 30여 명을 채용했지만, 수습 기간 중 6명을 실적 부진으로 해고했다.
회사가 수습사원 영업 압박에 이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회사가 월 매출 5000만원을 채워야 정직원이 될 수 있다며, 수습사원을 압박해 비판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영업 압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해명했지만,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수습사원 월 매출 목표를 더 올렸다. 수습사원을 실적 부진 이유로 일방 계약 해지하는 것은 '부당해고'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샘의 수습사원 해고는 크게 두 단계로 이뤄졌다. 회사는 지난 2월 수습사원들을 영업 일선 현장으로 보냈고, 6주 뒤 6000만원 매출을 채우지 못한 4명을 계약 해지했다. 한샘의 300만원짜리 중급 소파 20개 정도를 팔아야 6000만원을 채울 수 있다.
한 해고자는 "6000만원에서 100만원이 모자라 해고당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해고자는 해고 통보 당시 회사 측에 '선배들을 위협할 만한 신입사원을 원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이 기간 중 실적이 좋지 않았던 신입사원 5명은 한 달 간 '유예기간'을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2명은 유예 기간 중 월 6000만원 매출을 채우지 못해 계약 해지됐다. 또 다른 해고자는 "각 영업장마다 판매량이나 영업 환경이 다르지만, 회사는 일괄적으로 목표액을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영업 압박뿐 아니라 회사가 애초 수습사원들에게 해고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공지하지 않았다고 해고자들은 주장했다. 회사는 수습사원들이 영업 현장에 나가기 전에 탈락 기준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해고자들 이야기는 다르다. 한 해고자는 "개인 목표 매출액이 7000만원 이상이라고 알려주긴 했지만, 6000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계약 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며 "수습사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는 '전혀 몰랐다'며 당황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샘 측은 근로 계약서에 수습 기간 내 계약 해지 가능성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샘의 근로계약서 7조 2항에는 '수습기간 내 역량과 직무 적합성 판단에 따라 계약해지 및 정사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내용이 추상적이라고 했다. 양우연 노무법인 신영 노무사는 "근로계약서에 내용이 명시돼 있더라도, 직무 적합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지하지 않아 부당해고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이 정당한 해고 사유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허용만 노무법인 동인 공인노무사는 "비리행위를 저질렀다거나 심각한 근무 태만이 있는 사원도 아닌데, 갓 들어온 직원을 단순히 매출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고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샘 측은 "수습사원들의 직무가 영업인 만큼, 주요 직무인 '매출 달성'과 맞지 않으면 회사 차원에서는 계약 해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사원들의 정성적 측면도 충분히 평가했다"며 "목표액을 달성한 나머지 80% 신입사원들을 더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강해령기자 stro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