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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줄 알았는데… 북풍한설 아직 남았나

핵무기 반출에 풍계리 선 사찰 등
늘어나는 미국 요구조건에 불만
체제보장 관련 언급 부재도 문제협상력 위한 '벼랑 끝 전술' 분석 

박미영 기자 mypark@dt.co.kr | 입력: 2018-05-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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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줄 알았는데… 북풍한설 아직 남았나
북한이 16일 한미 군사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여부 등이 불투명해졌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상봉 민원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북한, 미북정상회담 재고 메시지

북한이 16일 '미북정상회담 재고'와 '남북고위급회담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12 비핵화 담판에 앞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공개, 북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태도가 돌변한 데는 미국의 요구조건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실전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거나, 미북 간 비핵화 조율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핵화 '허들' 높인 미국…볼턴 발언이 촉매제=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까지만 해도 미북 간 조율이 원활히 이뤄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으로 미뤄 초강경파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북한 태도변화의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재천명하면서 △미국 테네시 오크리지 연구단지로 핵무기 반출 △핵물질 재처리 능력 포기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등 미국의 요구 사항을 총망라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4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에 대해 '선 사찰'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김 제1부상은 16일 담화에서 "볼턴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미국이 미북 수교 등 체제보장에 관한 핵심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도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다 사담 후세인이나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관계 신속 회복도 요인=중국이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과 중국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동을 통해 경제협력 등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경제지원을 적극 요청했고 시진핑 주석이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한 배경에 중국의 입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는 중국이 요구하는 '쌍중단'(한미 군사훈련과 핵·미사일 실험을 동시 중단)과 같은 맥락이다. 시 주석이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다롄 회동에서 미국에 이를 제기하라는 '훈수'를 뒀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고위급회담을 중단시킨 것은 우리 정부를 겨냥하는 듯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성동격서' 전술을 썼다는 얘기다. 향후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서 한미훈련 축소·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축소 등을 카드로 내걸 수도 있다.

◇북한 내부 불만도 작용=북한의 강경 표현은 김 위원장의 미국 맞춤형 대응에 대한 북한 내부 불만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규모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김 위원장이 묵인한다면 북한 군부에서는 '굴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선의를 베푸는데도 정도가 있고, 기회를 주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메시지의 최종 수요자는 군부라는 얘기다.

미 CNN 방송은 전문가를 인용해 "고위급 회담 취소는 김 위원장에 대한 내부 정치적 압력의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미국을 상대하면서 수십 년 간의 정치적 신조를 뒤집어 놓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군 장교들에 김정은이 보내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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