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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남북러 통합 전력망 구상 구체화할 때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8-05-15 18:00
[2018년 05월 16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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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남북러 통합 전력망 구상 구체화할 때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판문점 선언'이후 남북관계는 급진전되고 있다. 또 남북 경협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 간 경협 활성화를 통해 환동해경제권 구축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구체화돼야 할 때가 왔다. 이 구상은 동북아 다자안보 및 경제공동체 통합, 시베리아 에너지 자원 등을 매개로 하는 경제협력의 확대, 개성공단 재가동을 비롯한 서해권 남북 경협벨트 및 동해권 남북 에너지·자원벨트의 활성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좋은 정책들이며 또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대응들이다. 그러나, 이 구상과 관련해서 한 가지 보완돼야 할 것은 대북 전력지원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 전력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인데, 이는 현 정부가 주창해온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 가능케 해주는 대응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남북 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가들 간의 전력 협력체제는,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자원 공동개발 및 효율적인 전력거래 실현은 말할 필요도 없고, 미국 및 일본 등과 같은 동맹국을 자극하지 않고 실현 가능하며 북한에게 있어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전력 지원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를 매개로 우리 정부가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과의 국제 전력협력 체제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동북아 수퍼그리드'프로젝트를 주도해나간다면 향후 남한을 비롯한 한반도는 이 장대한 프로젝트의 허브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남북 전력협력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주도적으로 착수할 수 있게 될 동북아 각국 간 전력 협력체제가 갖는 정치적, 외교적 우위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 내가스관 연계 사업은 LNG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 인도, 폴란드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LNG 수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방미 시 미국 LNG 수입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또 시리아 내전, 카타르 고립정책, 나프타협정 재협상 등도 사실 가스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들이다. 둘째, 일본은 러시아와의 전력계통 연계에 대해 민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2016년에 아베총리는 푸틴대통령의 '에너지 브릿지'를 구축하자는 제안 중 전력 협력에 대해서 잠정적으로 동의한 바 있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과 집권당 자민당은 한일 간의 전력계통 연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셋째, 북한은 석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스에 비해 전력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고, 또 북한에 가스관을 설치할 경우 북한 노동력 투입 요청으로 인해 그 비용이 과다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 간 전력 계통연계는 러시아의 참여를 유인하는데도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에 전력을 수출하고 있고 북한과도 전력 공급에 대해 합의했으나, 가스의 경우 수출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러시아의 투자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나진-하산을 연결하는 철도망 또한 전력망과 직결돼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과의 전력협력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동북아 수퍼그리드' 체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하는 첫 번째 열쇠는 남한, 북한, 러시아 간 전력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생산된 전기가 북한 동해안 지역을 거쳐 우리나라 경기북부로 들어와 다시 북한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남북러 J자형' 전력협력 모델이다. 선로길이는 약 1000㎞이며 가공 직류송전 약 3GW 규모로, 고압직류송전(HVDC)으로 러시아에서한국으로 송전 시 국내 계통에 전혀 문제가 없고, 송전선로 이용률이 70% 정도 달하면 7.5년 후에 약 3조 원 가량의 투자비가 회수 가능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와 같은, 극동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 활용하여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고 또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을 약속하는 레짐을 우리 정부가 먼저 제안하고 또 먼저 구축하게 되면, 남북관계가 더욱 개선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앞에서 언급한 '동북아 수퍼그리드'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다. 이는 지정학적으로 봐도, 또 전력협력을 통해 북한을 껴안아 동북아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의명분 차원에서 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은 남북러 통합 전력망 구상은 남북관계 및 주변국과의 관계 등 한반도 전체의 정세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수정 또는 재검토돼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를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보다 크게 개선시켜 내는 것을 목적으로 현실화해나갈 때, 그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는 전력협력을 통한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되고, 또 이를 통해 국내 미래 전력수요를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레짐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되며, 나아가 이와 같은 전력협력을 매개로 하는 남북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동북아 지역 전체의 평화체제 역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남북러 통합 전력망 구상,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북방경제'와 '한반도 신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효율적인 전력거래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이끌어내는, '일거다득'의 묘수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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