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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사이버공간 미·중 패권경쟁 주시해야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입력: 2018-05-14 18:00
[2018년 05월 1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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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사이버공간 미·중 패권경쟁 주시해야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거세다. 두 나라가 벌이는 경쟁의 미래를 제대로 예견하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경제력과 같은 전통 국력경쟁 못지않게 미래 권력공간으로서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패권경쟁의 향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제일 관심을 끄는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미·중이 벌이는 기술과 표준의 경쟁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의 분야에서 양국 기업들이 벌이는 경쟁의 승패는 패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미래 운명은 정치지도자들보다는 사이버 경제와 산업 분야의 CEO들이 좌우할지도 모른다.

최근 사이버 공간의 미·중 경쟁은 국제정치의 안보 게임으로도 전이됐다. 제일 먼저 달아오른 것은 사이버 안보이다. 미국의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중국 해커들의 공격은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한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게 했다. 과잉 안보화의 논란까지 야기했던 이른바 '중국해커위협론'은 2010년대 초중반 미·중 관계를 달구었던 뜨거운 현안 중의 하나였다. 사이버 안보 분야의 경쟁은 현실 공간의 첨단 군비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최근 드론이나 킬러로봇 등과 같은 무인무기체계의 발달은 머지않은 미래에 양국 간에 로봇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나라의 사이버 권력경쟁은 좀 더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제 사이버 안보는 산업과 통상 문제와 연계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중국산IT제품위협론'을 내세워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주도하는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와의 밀착 관계를 의심해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의 구매를 금지하고,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ZTE는 미국 기업과의 7년간 거래 금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드론업체인 DJI나 CCTV업체인 하이크비전도 미국 시장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안보적 함의가 큰 민군 겸용(dual-use)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벌어졌던, 과거 1990년대 미·일 패권경쟁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경제적 고려뿐만 아니라 데이터 자원에 대한 양국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이후 개인정보와 데이터 안보는 미·중 국가안보의 쟁점이 됐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의한 데이터 유출의 경계는 중국에서 2016년 '인터넷안전법'을 출현시켰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서비스를 검열·통제하고,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국가주권이라는 명목으로 금지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인터넷을 대하는 미·중 양국의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반영한다. 2014년부터 중국은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에 맞불을 놓으며 '세계인터넷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미·중 경쟁이 국내 정책과 제도의 차원을 넘어서 국제규범의 형성과정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중 경쟁은 산업-통상-안보-군사-개인정보-법제도-국제규범 등에 걸친 미래권력 경쟁의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경쟁의 승부는 과거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그랬듯이 한판 전쟁을 벌이고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오늘날 패권경쟁은 훨씬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먹거리와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중 사이버 패권경쟁의 동향파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김 상 배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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