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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한국게임, `스토리텔링`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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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포럼] 한국게임, `스토리텔링`에 답 있다
이재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게임은 인문학과 예술, 공학의 융합으로 탄생하는 첨단 문화예술 산업이다. 게임이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무장한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게임산업은 5G, 스마트 디바이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첨단기술과 융합해 인류의 삶에 깊고 폭넓게 개입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미빛 전망이 무색해 질 정도로 우리 게임산업의 생태계는 가시밭길 투성이다. 국내 게임산업은 셧다운제, 웹보드게임 규제, 결제한도 규제 등과 같은 각종 규제로 신음해 오던 터다.

게다가 최근 들어 외산 게임의 기세에 밀려 국산 게임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또 심화하고 있는 게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게임업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게임업계는 어디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한국 게임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story)와 텔링의 합성어인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창의적 발상과 이야기의 전달, 그리고 문화적 산물의 재창조에 있다.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걸출한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해 새로운 플랫폼이나 장르 개척에 나선다면, 한국 게임업계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2004년에 출시돼 지금까지도 글로벌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게임의 장수 비결은 사냥행위의 역동성과 각 퀘스트가 갖춘 서사성에 있다. 아바타를 만렙으로 육성한 후에야 비로소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게 이 게임의 특징이다. 특히 인간들의 삶의 이야기를 1만년이라는 세계관 속에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필드와 던전 체험, 낯선 이용자들과의 교류, 사냥과 채집, 퀘스트 스토리, 아이템·골드 획득 등에 녹아 있는 창의적인 감성 스토리텔링은 이용자들에게 휴식, 감상, 소통, 스트레스 해소, 대리만족 등과 같은 재미 요소를 부여하며 정서적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국내의 이용자도 외국의 이용자도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역동성과 서사성을 맛깔스럽게 비벼나가는 '비빔밥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게임 생태계가 전기를 맞아야 할 때다. 게임은 인류의 아날로그적인 놀이에서 디지털적인 놀이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게임이 새로운 융합 콘텐츠로 거듭 성장해 나가려면 공학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게임 개발력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기술을 융합하고, 여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가미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우리 게임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게임산업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역동성과 서사성이 조화를 이루는 게임이 활발히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에 우리는 유리한 DNA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천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은 신화, 전설, 민담 등 '한국형 판타지 서사'가 풍부하다. 이를 게임과 결합하는 시도를 통해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독창적인 가치를 갖는 콘텐츠를 빚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는 게임 IP를 탄생시키기는 첫 걸음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내재돼 있는 세계관, 캐릭터, 사건들을 활용해 창의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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