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최우선과제 내세웠지만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 등 발목
기업들 국내투자 외면 '해외로'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 등 발목
기업들 국내투자 외면 '해외로'
![[문재인 정부 1년] 다중규제로 ‘고용없는 성장’만 부추겼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5/2018050902100151781001[1].jpg "[문재인 정부 1년] 다중규제로 ‘고용없는 성장’만 부추겼다")
연합뉴스
문 정부 1년, 산업·고용·투자 뒷걸음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제과제로 내세운 건 '일자리' 확대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가장 큰 경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다. 기업들이 낮은 노동 생산성과 높은 노동 경직성, 각종 규제에 국내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각종 규제 정책이 사라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반도체 등 주요 핵심 제품을 뺀 나머지 생산설비 투자를 주로 베트남과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따라 현지화 전략이 기업들 해외 투자의 표면적 이유이지만, 속내는 국내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 해외 직접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 송금액은 전년(391억 달러)보다 11.8% 늘어난 437억 달러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의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것이 오히려 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17년 만에 최대폭인 16.4% 올렸고, 오는 7월부터는 단계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감축하기로 하는 등 고용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에 오히려 중소기업들 고용 부담만 되레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종사자 증가율은 지난해 3월 1.8%와 비슷한 1.6%였지만, 300인 미만 기업의 종사자 증가율은 작년 3월 2.2%보다 0.9% 포인트 하락한 1.3%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지 않자 지난 3월 말 기준 실업률은 4.5%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0.4%포인트 늘었다. 실업률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0년(4.4%) 이후 가장 낮은 숫자다.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11.6%까지 치솟았다.
주요 기업들의 경영 실적은 나쁘지 않다.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1분기 실적발표를 한 10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38조70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4%나 늘었다.
재계는 어차피 기존 제조업 중심의 투자와 고용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과 같은 제조업 생산 자동화에 투자가 집중돼 고용 증가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제조업은 대부분 자동화됐고, 주요 제조장비 가운데 절반 안팎은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도 약한 편이다.
정부는 되레 법인세 인상, 금산분리 강화 등 규제로 압박하면서 기업의 신사업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압박에 주요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재편에 수 조원 단위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업들의 신사업 투자에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2015년 이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건설시장의 하향세도 실업률 증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3년 간 대규모 투자로 부족했던 주택공급 물량이 채워지면서, 올해 들어 미분양 주택 수가 6만호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재계는 정부의 혁신산업 육성 계획과 규제 완화 의지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3개 성장동력사업에 7조9600억원을 투자해 5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지난해 발표했지만, 올해 3월까지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자리 없는 성장 지속은 당장 이 땅의 청년들에게 고통의 연속을 의미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발표 당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에코붐 세대 효과로 25~29세 청년 인구가 38만8000만명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공공 중심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민간의 자발적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적극적 규제 혁파로 기업들이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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