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400억대 손실 추산… 한맥증권은 파산하기도
'굵은 손가락'의 단순실수가 대규모 손실 초래
삼성증권 배당착오도 전산 입력 오류로 발생
케이프투자증권은 당기순익 절반 62억 피해
'킬 스위치' 등 방지책 있으나 실효성 떨어져
'굵은 손가락'의 단순실수가 대규모 손실 초래
삼성증권 배당착오도 전산 입력 오류로 발생
케이프투자증권은 당기순익 절반 62억 피해
'킬 스위치' 등 방지책 있으나 실효성 떨어져
![[알아봅시다] 황당한 착오주문… `팻 핑거` 사례는](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2702101858033001[1].jpg "[알아봅시다] 황당한 착오주문… `팻 핑거` 사례는")
누구나 PC나 스마트폰으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오타를 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오타 때문에 때로는 웃거나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오타와 비슷한 '팻 핑거(fat finger)'라는 말이 있습니다.
팻 핑거는 말 그대로 '굵은 손가락'을 뜻합니다. 증권을 매매하는 사람의 손가락이 자판보다 굵어 가격 또는 주문량을 실수로 입력한다는 의미입니다.
팻 핑거는 단순한 실수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아주 큰 손실을 입히는 사건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최근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고로 인해 팻 핑거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에 대해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현금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입고했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 지급돼야 할 28억1000만원이 아니라 28억1000주가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입고된 것입니다. 이는 현금으로는 따지면 112조원에 달하는 큰 금액입니다.
문제는 삼성증권의 직원 16명 가량이 배당사고 당일 오전에 잘못 입고된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의 주가는 한 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했습니다.
현재 삼성증권은 주식차입, 장내매수 등을 통해 사고를 수습했지만,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등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이 이번 팻 핑거 사고로 인해 4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팻 핑거는 단순한 실수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무서운 단어입니다.
해외에도 대표적인 팻 핑거 사례가 있습니다.
2010년 5월 미국의 한 투자은행 직원이 'm(million, 100만)'을 누르는 대신 'b(billion, 10억)'를 잘못 누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작은 실수는 각종 매매 알고리즘들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불과 15분 사이에 다우존스평균주가가 998.5포인트(9.2%)나 폭락하는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이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건이 있습니다. 한맥투자증권 직원은 옵션상품의 가격 계산프로그램 만기일을 365일이 아닌 0일로 잘못 입력해 옵션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습니다. 이날 한맥투자증권이 거래한 3만여개 거래 중 100여건이 이로 인한 주문사고였으며, 금액으로는 약 460억원에 달했습니다. 한맥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와 합의를 통해 거래한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으나, 외국인 투자자로부터는 거래금액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팻 핑거로 거액의 손실을 본 국내 증권사 중 하나입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2월 초 장 시작 전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매도 주문 착오로 잘못 보낸 거래 주문이 체결되면서 62억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 증권사는 개장 후 오류 주문이 체결된 이후에야 착오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 때문에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135억원 중에서 절반을 날리게 됐습니다.
이 같은 팻 핑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킬 스위치(Kill Swtich)'와 '대규모 착오매매 구제제도' 등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킬 스위치는 호가 일괄 취소 제도로,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착오 주문이 발생했을 때 발동됩니다. 증권사의 신청에 따라 거래소가 해당 계좌의 미체결 호가를 일괄 취소하고 추가적인 호가 접수를 차단해 손실 확산을 막는 안전 장치입니다. 발동 후 10분이 지난 뒤부터 킬 스위치에 대한 해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착오매매 구제제도는 시장 가격과 괴리가 큰 가격으로 성립된 대규모 착오매매에 대해 증권사가 신청할 경우 거래소 직권으로 구제하는 제도입니다.
손실금액이 100억원 이상(복수종목 포함)일 경우 해당되며 착오 체결가격이 직전 가격 대비 ±10%를 초과하는 체결 분에 대해서만 결제 가격을 ±10%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구제하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킬 스위치는 2016년 7월 21일 딱 한 차례 발동됐고, 대규모 착오매매 구제제도는 시행 이후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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