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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칼럼] 반도체 이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김승룡 산업부장 

입력: 2018-04-22 18:00
[2018년 04월 2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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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칼럼] 반도체 이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김승룡 산업부장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한 달 간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고용부는 지난 19일부터 삼성전자의 구미·온양 반도체 공장, 20일부터는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고용부는 반도체 작업장 산업재해 관련 이해 당사자 외에 일반에도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등이 삼성전자의 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당장 공개하진 못하게 됐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전문위원회가 고용부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결과, 보고서에 핵심기술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고, 공개 시 기술유출 우려가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위원회에 참석했던 반도체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보고서 내용을 보고 나서 뱉은 말들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보고서가 너무 상세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제조 공정 이름과 공정 배치도, 화학물질과 상품명, 월별 사용량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는데, 이것만 봐도 충분히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설계·공정·소자기술 등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7개 중 6개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위원들은 판단했다. 모 위원은 "이 자료가 중국 경쟁업체에 들어가면 곧 '드십시오'라는 것과 같다"고 했을 정도다.

노동자의 생명권,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지만, 국가핵심기술을 정부가 나서서 버젓이 중국 등 경쟁국에 갖다 바치겠다는 한 꼴이 된 셈이다. 고용부의 보고서 공개를 결정했던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포함됐던 26명의 전문가들 가운데 반도체나 산업 전문가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위원 17명이 고용부와 산하 공단 직원들이었고, 나머지는 법대 교수와 노무사 등이었다. 모르면 해당 전문가에 물어봐야지, 국가핵심기술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고용부의 안일함과 허술함에 산업계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초호황 덕에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작년 수출액 약 110조원)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의 무게감이 한층 더 올라갔다. 어처구니 없는 보고서 논란을 보고, 무엇보다 걱정이 앞선 것은 이처럼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침체하면 '다음은 무엇을 먹고 살까' 하는 것이었다.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를 떠받칠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잘 보이지 않아서다. 중국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후면 중국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5년 내 200조원 이상을 투입해 반도체를 국가 핵심산업을 키운다는 일명 '반도체 굴기'를 국정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한국 반도체 기술 정보를 빼내려고 혈안이고, 이미 국내 관련 인력을 빼가고 있다.

바이오는 아직 설익었고, 기존 자동차·조선·철강·정유·화학 등 주력 제조산업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민국의 미래 기대를 걸어야 하나. 현 정부는 미래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일자리 늘리겠다며 오히려 괴상한 규제를 동원해 기업 활동을 억누르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산업육성과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혁파에 나서기보다는 일자리 나누기, 복지 등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 위주로 가고 있다. 지난 3월 실업자 수는 125만7000명,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노동생산성과 유연성은 갈수록 악화해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 5년 뒤, 10년 뒤 우리나라가 어떤 먹거리 산업으로 국민의 소득과 행복도를 올리고, 세계 열강들 속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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