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의 음주 운전에 대한 준법 의식이 낮아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된다. 앞으로는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음주 운전에 단속되도록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현재 기준보다 강화되며 상습적으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는 차량에는 성범죄자에 착용하는 전자발찌처럼 음주운전방지 장치가 부착된다. '딱 한 잔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못 나올 정도로 음주 운전 기준이 빡빡해져 음주운전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20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1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이 0.05%에서 0.03%로 강화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0.03%는 소주나 맥주 한 두 잔을 마셨을 경우 발생하는 알코올 수치다.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처음 음주 위반을 하기까지는 위반까지는 1년 7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후에는 1년 4개월, 1년 1개월, 4개월 순으로 위반 기간이 갈수록 단축된다. 음주 운전에 대한 준법 의식이 낮아지면서 2016년 기준 국내에서 음주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2만건에 육박하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481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올해부터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3%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관련 법은 국회 계류 중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중이다.
새롭게 적용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는 해외에서 이미 적용 중인 선진화된 기준이다. 일본과 스웨덴 등 OECD 회원국 7곳이 적용 중이다. 일본은 만취 상태가 아닌 일정 알코올 농도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주기운전의 주기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삼고 있다. 2007년부터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운전을 할 우려가 있는 자에게 차량 또는 주류의 제공을 한 자, 그 자에게 동승을 요구한 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스웨덴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2%로 삼고 있다. 소주 반 잔도 못 마시는 수치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이와 함께 2020년까지 음주운전 상습 차량에 전자발찌 개념의 음주운전방지 장치 부착을 의무화한다. 주로 운전석 좌, 우에 설치되는데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해 스위치 버튼을 켜면 장치가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치 이하일 경우에만 시동이 걸린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사용할 때 대리 시동을 통해 음주 사실을 숨기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주행 중에도 무작위로 음주를 측정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알코올이 감지돼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운전대를 잡으면 시간이나 위치, 현재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실시간 데이터로 입력돼 저장된다.
또 대리 시동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내부에 얼굴을 인식하는 카메라도 설치되는데 운전자가 직접 시동을 걸었는지를 걸러낸다. 이외에도 운전대 핸들에 알코올 감지기를 설치해 땀 속의 알코올 성분을 측정하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차량 내 음주운전 방지 장치 설치를 두고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불특정 다수의 음주운전자를 빠르게 걸러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지나치게 개인 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행 중에도 수시로 알코올 여부를 측정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운전자의 주행 시간이나 동선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운전자 개인 정보를 비롯해 법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저장되므로 데이터의 무결성과 기밀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관계 당국은 이 데이터가 잘못 사용되거나 조작되지 않도록 데이터 수집 및 저장 시 보안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