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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지엠, 30만 근로자 살리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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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한국지엠, 30만 근로자 살리는 해법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지엠 사태를 놓고 심란한 상황이 전개 중이다. GM이 떠나면 지역 경제 다 죽는다는 비명 속에, 지난 4월 3일, "살기 위해 정부와 한국지엠 노조께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절박하게 눈물로 애원하는 한국지엠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모습은 실로 GM의 2, 3차 협력업체들이 맞닥뜨린 피눈물 나는 저간의 사정들을 전해준다.

최근 4년간 누적 적자로 자본은 제로가 된 한국지엠의 위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다. 글로벌 본사의 갑작스런 전략변경으로 발생한 매출구조의 미스매치, 세단에서 SUV로 전환되는 차량 트렌드를 놓친 것, 높은 비용구조와 과다한 R&D 비용책정으로 GM본사가 이득을 더 많이 챙겨간다는 의혹 등. 하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하락 요인을 진단하는 글마다 빼놓지 않고 지적되는 요소는 노동생산성이 높은 임금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경우, 2013년 이후 수출과 매출이 모두 급감하고 생산성이 부진한데도, 노조는 연간 3~4%씩 임금을 인상해왔다. 그 결과 한국지엠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16년 기준 국민소득이 한국의 1.6배인 독일 폭스바겐 임금보다 높았다. 반면, 2015년 현대자동차 국내공장에서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6.8시간이었다. 미국 포드(21.3시간), 일본 도요타(24.1시간)에 비해 단위 시간당 생산성이 뒤처진다. 임금은 많이 받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전형이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 임금협상도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2016 하버리포트' 평가 결과 세계 148개 공장 가운데 생산성 1위를 기록한 르노 스페인공장은 생산성과 연계해 임금을 지급하고 교섭주기는 3년으로 정했다. 한때 폐쇄 위기에 처했던 스페인공장이 생산성 1위를 기록하기까지는 노조와 정부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과거, 미국 GM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9년 6월 1일 파산신청을 한 바 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자금을 공급하고 민간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GM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미국정부 60%, 노동조합 10%, 캐나다정부 10%, 기타 10%의 지분구조를 가진 공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2만1000명이 해고됐고 14개 공장이 폐쇄됐고, 4개의 브랜드가 정리됐다. 그런 혹독한 구조조정 속에서 GM대우는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 홀덴만과 살아남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뷰익은 중국에서 엄청 잘 팔린다는 이유로 정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정부가 파산한 GM을 살려낸 이유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자동차 산업은 한국의 수출 및 고용창출에 절대적으로 기여도가 높은 산업으로서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다. 2013년부터 부동의 수출 1위인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부동의 2위 수출품목이다. 하지만 자동공정이 많은 반도체보다 고용창출능력은 자동차산업이 훨씬 높다. 제조업 근로자 중 10명 중 4명은 자동차 및 관련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GM의 고용인원은 총 1만4000명이지만, 1차 협력업체 고용이 9만3000여명, 2, 3차 협력업체 고용이 4만7000명이다. 따라서 GM 1~3차 협력업체 총고용 인원은 대략 14만명, 그들과 다시 직간접 연관돼 있는 고용인원을 합치면 대략 30만 명 정도가 GM사태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한국지엠 경영진과 노조는 자동차 생산이 협력업체와 상생 공동체로 모이지 않으면 좋은 품질,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지엠 경영진과 노조가 협력적 노사관계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장을 만들고, 생산성 향상을 달성한다면, 한국지엠이 글로벌 GM본사 차원의 구조조정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그것만이 한국지엠이 자신들뿐 아니라 상생공동체인 1~3차 협력업체 임직원과 그 가족 모두 사는 길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의 간절한 눈물의 호소는 한국지엠 경영진과 노조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전달해 주고 있다. GM본사는 전세계 70개 생산시설의 경쟁력을 고려해 신차 배정을 결정해야 하므로, 굳이 한국지엠을 생산지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 요는 한국지엠이 생산성 대비 임금이 낮은 가격경쟁력을 갖춰서 자신들을 매력적인 생산지로 만드는 것만이 자신들을 포함한 30만 근로자와 가족들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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