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CAR & LIFE] 한국지엠 노조가 놓친 것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입력: 2018-04-17 18:00
[2018년 04월 18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CAR & LIFE] 한국지엠 노조가 놓친 것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지난 4월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WCX18(World Congress Experience)가 열렸다. 전에는 SAE 월드 오토모티브 콩그레스(World Automotive Congress)라고 불리던 행사다. 전 세계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를 통해 공유하고, 개발된 제품 전시를 통해 신기술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관련 기술행사다. 매년 현대자동차를 포함해서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돌아가며 주 스폰서를 맡는다. 공교롭게도 올해의 주 스폰서가 GM이어서 GM이 행사를 주도하고 자회사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으며 전시도 가장 크게 열었다.

첫날 개회식에 연사로 나선 사람은 케네스 켈처(Kenneth Kelzer·Vice President of Global Vehicle Component&Subsystems of GM)였다. 그는 GM이 지향하는 방향을 세 단어로 요약했는데 첫째가 전동화, 둘째가 무사고, 셋째가 교통체증 해소였다. 첫째의 전동화는 전기자동차로의 변화를 의미하며, 둘째의 무사고는 자율주행자동차로의 변화를 통해서 이루고, 셋째의 교통체증해소 방안은 자동차공유와 통신을 통한 교통흐름 최적화다. 자율주행자동차 관련해서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하는 실차 테스트를 보여줬는데, 서울과 비슷하게 복잡한 도로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고 없이 자율적으로 운전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둘째날 기조연연설자로 나선 사람은 80대의 노장으로 이름은 로버트 러츠(Robert A. Lutz·Vice Chairman of Marketing&Communications of GM 역임)이다. 그는 미국 자동차 3사의 주요보직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미래 자동차분야는 자율주행과 공유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측했으며, 현재는 완성차업체들이 주도한다면 미래에는 자동차공유 업체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면 우버 같은 공유회사가 원하는 차량의 특성을 정해서 완성차업체들에 수십만 대를 요구하면 완성차업체들이 납품하고 사용자들은 제조사에는 관심 없이 우버를 이용하는 것이다.

두 연사들이 청중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중요한 질문이 나왔는데 두 연사도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는 못했다. 예를 들면 실제로 전기자동차가 정부의 지원 없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이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 또 자율주행 자동차가 언제 일반화 될지에 대해서 질문했으나 GM이 생각하는 미래와 앞으로 집중할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쳤다. GM은 전시장에서도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자율주행차를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GM의 엔지니어들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지엠사태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한국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한국 자동차분야 엔지니어들의 능력을 높이 사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강성노조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노조원들이 사장실에서 집기를 부수는 영상이 그대로 방영돼 충격을 받았으며 회사에서 한국을 위험지역으로 분류해 한국 출장을 가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사람으로서 창피한 생각도 들었다. 어쩌다 이런 상태까지 왔는지 안타까웠다. 이런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그동안 쌓아올렸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것이다. 과연 한국지엠노조가 무엇을 놓쳤기에 이런 행동을 했는가?

현재의 GM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회사다. 2009년 파산 이후 과거와 달라졌다. 특히 현재의 메리 바라(Mary Barra)회장이 4년 전에 GM을 맡은 후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 영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호주의 홀덴(Holden)은 원래는 독자회사였으나 1931년 GM의 일원이 됐다가 2013년 생산을 중단했고 독일의 오펠(Opel)은 1927년 GM에 인수됐으나 2017년 PSA 푸조시트로엥 그룹에 팔렸다. 그 외에도 GM은 남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철수했다. 결국 GM은 수익성이 좋은 북미와 중국에 집중하면서 나머지를 정리하고 수익을 남겨 새로운 미래에 대비해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년전부터 진행된 GM의 변화에 그동안 한국지엠 주요주주인 산업은행은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했으며 한국지엠노조는 어떤 대응을 준비했는지 답답하다. 큰 파도가 다가오는데 당장은 문제가 없으니 걱정은 미래로 미루고 눈감은 것은 아닌가? GM본사의 변화를 분석하고 대비했어야 하지 않은가? 그동안은 파업을 통해 원하는 바를 관철했지만 파업을 통해 회사의 생산을 중단시키는 노조의 무기는 회사가 청산할 때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가 없지 않은가?

현재로서 한국지엠의 생산중단은 가져오는 고통이 너무 크다. 납품업체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관련 정비업체와 판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앞날도 어둡다. 지금은 GM본사의 경영을 탓할 시기도 아니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시기도 아니다. 노조가 해결할 수 없으면 관련 정부부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협상자리에 앉아 서로 간에 절충을 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미 GM에 한국에서 빠져나갈 너무 많은 명분을 줬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서둘러 현명하게 협상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