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영위기 기업지원 세 가지 원칙

[시론] 경영위기 기업지원 세 가지 원칙
    입력: 2018-04-15 18:00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
[시론] 경영위기 기업지원 세 가지 원칙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수십 년간 몇몇 기업들이 회생과 부실 사이에서 부침을 거듭하면서 이 기업들이 경영위기에 빠질 때마다 정부가 회생을 지원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가까이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구조조정 이후 북미자동차 기업인 한국 GM을 들 수 있다. 대우건설이나 STX 조선해양 등도 수차례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어 왔던 기업들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존망의 기로에 처하고 그때마다 정부지원이 이어지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고용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 폐쇄할 경우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GM 군산공장이 폐쇄될 경우 이 공장이 고용하고 있는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실직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1차 및 2차 협력업체를 고려할 경우 1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다시 이를 4인 가족기준으로 환산하면 군산시 인구 27만 명 중 4만명 이상이 GM 공장 폐쇄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업장 폐쇄결정에 있어 정부와 시장의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는 채권자나 주주에게는 일자리의 문제가 개인적 이익과 무관한 반면 정부는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는 것을 사회적 가치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제적 논리에 따르면 계속가치가 청산가치에 비해 낮은 기업은 청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경제적 가치가 없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청산되는 것을 막거나 지연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시장에 비해 회생을 더 선호하는 정부는 대규모 사업장이 경영위기에 처할 때마다 재정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게 되고, 일부 주주나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정부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재정지원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논리에 따라 반복적으로 대규모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경제적 논리만으로 정부의 지원을 반대하자니 기업이 청산되면 실업률이 증가하고 지역 사회에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반대로 이를 찬성하자니 급한 불만 껐다가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지원을 무한정 반복하는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국민적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경영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에 앞서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중 최소한의 몇 가지를 제시한다면 첫째,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수익성이 개선되면 조속히 지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을 통해 회생한 기업들이 정부지원자금이 회수되기도 전에 직원들간의 성과급 잔치나 대주주의 사익편취의 수단에 노출되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에 선행해 정부의 청구권이 우선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지원이 단순회생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을 조건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아 왔듯 단순한 회생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일시적인 경우가 허다해 결국 국민의 혈세를 지속적으로 낭비하는 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할 가치가 없는 기업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최소한의 정부지원을 하더라도 고용에 지나친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다운사이징하는 방안하는 조건을 동시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 동안은 물론 앞으로도 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뤄진 기업에 대한 모든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히 반복적으로 정부의 지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보다 엄격한 구조조정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기업회생여부를 두고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논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다. 다만, 어차피 회생을 위한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후 회수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 마땅하며 무엇보다도 동일한 기업이 반복적으로 지원대상이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선제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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