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난치질환 연구에서 ‘맹활약’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난치성 질환을 연구하는 현장에서 '유전자 가위'가 맹활약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생물의 DNA에서 특정 유전자 부위만 가위로 자르듯 정확하게 제거하고 원하는 유전자를 끼워 넣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말한다. 유전 질환을 치료하거나 동식물의 성질을 개량하는 육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난치질환 연구현장에선 돌연변이를 유도하거나 실험용 동물을 만드는데 활용되고 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몬테 윈슬로 교수팀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로 쥐의 폐에 돌연변이 종양을 만들고 여기에 바코드 기능을 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붙여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종양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양한 데다 같은 환자의 동일한 종양 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들이 정상 세포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런 다양한 조합을 실험실에서 연구하기 위해선 수백 또는 수천 마리의 쥐 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한 번에 여러 돌연변이를 실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도 파악할 수 있어 암 연구와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 기술을 통해 2달이 채 안 되는 연구기간 동안 기존에 15년 동안 분석한 폐암 종양의 유전형보다 많은 양을 분석해냈다고 전했다.

라이 랑슈 중국과학원(CAS)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과 리 샤오지앙 미국 에모리대 의대 교수팀은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가위로 신경 퇴행성 유전 질환인 헌팅턴병을 연구할 수 있는 돼지를 만들어냈다. 헌팅턴병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독성 단백질을 생성해 뇌세포가 점점 죽게 되는 질병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돼지의 DNA를 편집한 뒤 체세포 핵 이식으로 돼지 태아를 탄생시켰다. 그동안 헌팅턴병을 연구하던 유전자 변형 쥐는 질환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 돼지는 증상이 인간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다양한 헌팅턴병 치료법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김어수 연세대 의과대학 김어수 교수(정신과학교실)팀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런던킹스대학 연구팀과 함께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연구로 'TDP-43' 유전자 돌연변이가 전두엽 치매와 루게릭병과 관련된 뇌행동 기능 이상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TDP-43 돌연변이는 전두엽 치매와 루게릭병의 원인 및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인지행동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전두엽 치매 및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TDP-43 유전자 돌연변이를 쥐의 뇌에 이식해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TDP-43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이 변화하고 유전자 자기조절 기능이 고장을 일으켜 단백질이 과잉 발현됐고, 이러한 기능 이상은 전두엽 및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된 다른 유전자의 발현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