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율차, 법제도 미비 해소 시급하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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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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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율차, 법제도 미비 해소 시급하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적 실업(失業)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는 기계와의 협업(協業)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제2의 기계시대'라는 저서에서 자동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미래에는 기계와 경쟁하기보다는 기계와 협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분야가 자율주행차다.

지난 3월 18일 미국의 애리조나주 템페 시내 교차로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길을 건너던 사람이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자율주행 중에 트럭과 충돌해 자동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사고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계와의 공존을 도모해야 할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들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는 자율주행차의 발전과정을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레벨1은 크루즈 콘트롤을 제공하는 초보적인 수준이며, 레벨2는 크루즈 콘트롤 기능을 한층 강화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차량이 도로의 가운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계다. 레벨3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기계가 인간을 보조한다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가 직접 조향(操向)과 가속 및 감속, 그리고 제동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다. 인간은 운전석에 앉아 자동차의 조작을 자율주행차에 맡길 수 있지만 특정한 위험 상황에서 수동운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레벨3 단계에서 자동차의 최종 통제권은 인간 운전자에게 있다. 레벨4를 거쳐 레벨5가 되면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이 실현되며, 자동차의 최종 통제권도 인간이 아니라 기계로 넘어 가게 된다.

도로는 매우 복잡한 공간이다. 도로 자체는 항상 그대로 머물러 있더라도 도로 위의 상황은 매 순간 변화한다. 알고리즘에 수백만 건의 시나리오를 입력한다고 해도 테스트 환경을 벗어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테스트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레벨3 수준에 해당한다. 앞에서 언급한 우버의 자율주행차도 레벨3 단계를 테스트하는 중에 사망사고를 낸 것이다.

자율주행차 사고는 인간과 기계간의 협업 시 그 범위와 책임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함을 보여 준다. 차량 제조사는 인공지능과 운전자가 해결할 수 있는 제어의 범위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조건부 자율주행이 운전자의 방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레벨3 자율주행모드로 운행하는 동안 운전자가 자율주행기능을 신뢰해 부주의하게 된다는 사실이 최근 많은 테스트에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서 사망사고를 낸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사고 당시 운전자는 총 37분의 주행시간 가운데 단 25초만 운전대에 손을 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소재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인간-기계간 역할의 범위와 책임이 안전의 영역을 넘어 법률적 이슈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의 안타까운 사고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기존의 수많은 교통사고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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