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분류에 등재 하는 것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게임장애 질병화를 반대하는 논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체계화된 연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서울 삼성동 롯데엑셀러레이터에서 'ICD-11, 게임질병분류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날 강신철 협회장은 "게임은 문제가 많은 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진행된 연구는 많았지만,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객관적인 연구 데이터가 나온 적은 없었다. 관련 연구 추진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범부처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승래 의원은 "게임 장애를 질병화 하려는 움직임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낳은 결과물"이라며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게임을 중독·질병 유발물질로 규정하려는 의도를 갖고 연구가 진행돼선 안 된다. 게임이 가진 부정적·긍정적인 면과 게임이 미치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영향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연구를 문체부와 복지부가 함께 진행하는 '융합 연구'를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강경석 본부장은 "이 문제는 복지부, 문체부뿐 아니라 교육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되면 게임을 하는 많은 청소년이 중독자로 낙인찍히게 될 거란 우려가 크다. 게임 장애의 질병화가 진학이나 승진 등 청소년들의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게임 사용과 유병률의 관계를 밝힐 종적 연구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종적 연구는 똑같은 연구 대상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것이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 사용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주의력결핍, 우울증 등의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이러한 청소년들을 게임 장애로 명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라며 "게임 장애를 섣불리 질병화할 게 아니라, 게임 사용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종적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WHO는 5월 예정인 국제질병분류의 11차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 장애를 '게임 사용 시 통제력이 약화 되는 행동 패턴'으로 규정하고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을 게임 장애 여부 진단 기준으로 한다는 게 골자다. 이러한 행동 패턴이 개인, 가족, 사회 등의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의 수준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나타날 때 게임 장애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서울 삼성동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개최한 'ICD-11, 게임질병분류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이장주(왼쪽) 이락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게임 장애의 국제질병분류(ICD) 등재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주 소장,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자체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