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빅5’의료AI 왓슨 도입 꺼리는 이유

도입 위해 IBM 적극 홍보 불구
암치료·진단 실질적 도움 안돼
"마케팅 빼곤 큰 효과 없어" 고사
협업 자체 솔루션 개발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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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빅5’의료AI 왓슨 도입 꺼리는 이유
사진=연합뉴스
IBM이 국내 대형 병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솔루션 '왓슨'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5대 병원은 '유료 베타테스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국내 환자들의 실질적인 암 치료와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장기적 수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BM은 국내 5대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에 의료용 AI 솔루션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 공급을 타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IBM에서 계속 찾아와 왓슨 도입을 권유하고 있고, 내부설명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도입 검토를 위해 국내 병원 중 왓슨을 처음 도입한 길병원도 방문했지만, 마케팅 효과 외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왓슨을 이용한 다학제 진료를 받기 위해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5대 병원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IBM은 지금까지 길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에 왓슨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IBM의 국내 파트너사인 SK㈜ C&C는 왓슨의 한국어 버전인 '에이브릴'을 건양대병원에 공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IBM은 국내 의료AI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잡기 위해 5대 병원을 뚫는 데 영업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왓슨을 공급하면 빅데이터 수집뿐 아니라 클라우드, 블록체인 관련 컨설팅과 영업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5대 병원들은 왓슨을 도입하는 대신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다른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국MS와 '한국형 AI 정밀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딥러닝 시스템 개발을 삼성병원이 주도하고, MS는 AI 알고리듬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분야 한 관계자는 "왓슨이 축적한 데이터는 미국에서 얻은 의료정보라 한국 환자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기초적 암 진단 외에는 오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높은 도입비용에 비해 환자 진단에 있어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심지어 IBM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왓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치료하는 등 세계적 암센터를 보유한 MD앤더슨은 2012년부터 IBM과 협력관계를 맺고 왓슨을 도입해 운영했지만, 지난해 계약관계를 청산했다. MD앤더슨 내부에서 IBM에 지불한 비용이 700억원에 이르지만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유료 베타테스터 역할만 했다고 판단한 것. 당시 IBM과 함께 왓슨 연구를 한 린다 친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는 한 해외 의료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왓슨이 의료분야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AI 알고리듬은 이미 오픈소스로 많이 공개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만큼 AI 생태계에서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지 상황에 맞는 정밀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라며 "국내 의료시장에서 왓슨보다 성능이 우수한 AI 의료 솔루션이 탄생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토종 의료 빅데이터 기반의 Al 솔루션 개발 과제를 추진, 왓슨을 뛰어넘을 우수한 한국형 AI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흥원은 3년간 280억원을 투입, 진료정보, 영상정보, 유전체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다양한 환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의 진료를 보조하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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