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보다 크게 낮은 관세 부과… 미국의 전략 '이면' 주목
대중 무역적자 축소 보단 '잠재적 위협' 견제
중국의 차별적 기술이전·지재권 침해 우려 커
중국 대미 수입품 60%가 원재료·농산물 차지
보복관세시 소비자 물가 상승 역풍 맞을 수도
GDP대비 경상수지 '미국의 2배' 경제적 손실
"무역전쟁,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는 제한적"
대중 무역적자 축소 보단 '잠재적 위협' 견제
중국의 차별적 기술이전·지재권 침해 우려 커
중국 대미 수입품 60%가 원재료·농산물 차지
보복관세시 소비자 물가 상승 역풍 맞을 수도
GDP대비 경상수지 '미국의 2배' 경제적 손실
"무역전쟁,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는 제한적"
![[알아봅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서막일까](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2702101858047001[1].jpg "[알아봅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서막일까")
이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 중국의 차별적 기술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제소, 핵심기술 업종에 대한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 내용을 담은 행정각서에 전격 서명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세계 각국에서는 이번 조치를 G2 간 '무역전쟁의 서막'으로 받아들이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2~4%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미-중 양국 정부의 과격한 외교적 수사들과 주요 언론들이 연일 쏟아내는 자극적인 제목 보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미국이 발표하는 강력한 무역조치의 이면에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중국 때리기' 이상의 좀 더 중요한 전략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백악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문서를 바탕으로 이번 행정각서의 주요 내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500억~600억 달러는 부과되는 관세 총액이 아니라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수입품 규모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상무부 가 밝힌 관세율 25%를 적용하면, 125억~150억 달러 규모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관세규모가 무역전쟁으로 비화되 만큼 징벌적인 수준이 아니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적당한 수준이라는 것과 이번 조치의 핵심 목표가 관세부과가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둘째, 이번 조치는 단순히 대중(對中) 무역적자 축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보는 미국의 인식이 기존의 '경제동반자 (Economic Partner)'에서 '잠재적 위협(potential threat)'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이같은 인식변화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015년 5월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제조업지수'(China Manufacturing 2025 혹은 Made in China 2025) 계획입니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중국은 앞으로 고도화된 첨단 제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10대 핵심산업으로 선정한 것이 △첨단 공작기계/로봇 △항공우주장비 △해양설비/첨단기술 선박 △선진철도교통 설비 △전력설비 △농업기계장비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바이오/고성능 의료기기 △차세대 IT기술 등입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이같은 미래 전략이 나온 이후,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 및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차별적인 기술이전 요구와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WTO에 분쟁해결을 제소한다는 점입니다. 불과 2주 전까지도 미국이 WTO 무용론 까지 제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는 미국이 지난 7개월 간의 조사를 통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들여다볼 대목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면제 조건입니다. 지난 19일 미국이 밝힌 면제조건은 △대미 수출을 2017년 수준으로 동결 △중국의 불공정 무역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G-20 철강포럼에서 미국과 협력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의 WTO제소에 협력 △미국과의 안보협력 강화 등 5가지입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를 통해 미국이 주요국에게 주는 메시지는 향후 미-중 간 무역분쟁에 있어 '미국편에 서라'는 것입니다. 결국 관세부과 잠정 유예국에 기존 캐나다, 멕시코 외에 EU, 한국,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포함됐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중국 관세부과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앞서 언급한 10대 전략 업종 외에는 상대적으로 대체재를 구하기 쉬운 가전, 의류 등 최종소비재를 중심으로 관세부과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중국은 즉각적으로 돈육, 과 일, 와인, 철강관 등 약 3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15~25%의 관세부과로 대응했고 추후 확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수입품 중 약 60%가 원재료·중간재 및 농산물이라는 점에서, 보복관세 부과 시 중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철강관세 유예국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포함된 점은 이들 국가가 미국산 농산품의 대체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GDP 대비 수출비중과 양국간 수출비중 모두 미국보다 두 배나 높은 중국 입장에서는 보복관세 부과가 장기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주요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실효관세율이 2% 내외인 반면, 중국의 대미 실효관세율은 약 5~7%로 높아 '공정성과 상호성'(fairness and reciprocity) 측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지적재산권과 기술이전 등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협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난 20일 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은 승자 없는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우호적인 협상을 환영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조업 분야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단행하고 외국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완벽히 보호하며 불공정한 기술이전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했습니다.
미국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대 중국 관세발표 직후 미국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조치에 따른 중국의 대응사격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로 끝날 것이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에 오가는 '험악한 외교적 수사' 들과는 별개로 양측 모두 '무역 전쟁 회피를 위한 협상'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점입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의 지지율이 40% 내외에 불과해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대내적으로 여러 가지 스캔들로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는 대외적인 성과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만약 실패 시, 집권 2년을 남기고 사실상의 레임덕 상황에 직면하여 추가적인 정책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 분쟁 승리"와 외교적인 측면에서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추가적인 진전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전쟁 심화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중국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과 첨단업종들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의 보호조치가 강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등과 같은 경쟁력을 가진 업종들의 수혜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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