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 보호무역주의 WTO로 공동대응해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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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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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 보호무역주의 WTO로 공동대응해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집행하고 있는 보호무역조치들은 선거유세기간 중에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선동주의적 전략으로 간주했던 정책공약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즉 지난 3월 1일, 대부분의 교역상대국을 상대로 철강제품에 대해 25%,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는 10%의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했다. 미국정부가 일방적인 보호무역정책을 구사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예전 레이건 행정부시절부터 집권여당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 가장 흔한 수단으로 다양한 형태의 보호무역정책들이 사용되어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보호무역정책들은 기존의 미국정부의 보호무역정책과 근본적으로 괘를 달리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들이 있다.

먼저 최근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긴급수입관세 부과결정은, 한국을 포함한 교역상대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철강과 알루미늄제품들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어불성설임은 미국 철강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쉽게 확인되는 바, 미국 철강산업에서 미국 군수산업에 필요한 특수강 생산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더욱이 미국 무역연구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특별관세조치는 미국내 철강산업의 고용을 3만3000명가량 증가시킬 수 있으나, 동시에 철강을 중간재로 활용하는 산업의 고용을 17만 9000명 정도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보호무역조치가 결국 중장기적으로 미국경제 및 미국의 고용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내 경제연구기관들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나오고 있는 우려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보호무역조치에 반발해, EU에서는 35억 달러규모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역시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EU측 대응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은 추가적으로 EU산 자동차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무역전쟁을 불사할 것으로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이와 같이 무역전쟁을 불사할 것을 공언하고 있는 무역상대국은 EU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일방적 관세부과가 실행될 경우, 전세계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개연성은 매우 높다.

둘째로 우려되는 대목은 트럼프행정부는 WTO를 통한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를 근본적으로 불신하고 있어, 향후 국제자유무역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의 가장 큰 오산은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국가이기에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보다는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보이는 국가들이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이기에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오산이다. 이러한 오산에 근거해, WTO가 미국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경우, 트럼프행정부는 WTO체제를 무시하든지 혹은 탈퇴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WTO체제무시가 여타국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2차대전 이후의 안정적인 국제무역질서의 근간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국제적인 우려를 초래하고 있는 원인은 트럼프와 핵심측근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정책접근이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정부의 골수지지층인 백인노동자층의 정치적 지지와 결집을 끌어내고자 하는 정치적인 술수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한 이미 미국 경제계와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무분별한 보호무역조치들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는 만큼, 트럼프행정부는 보호무역조치들의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면서 그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미국의 철강관세부과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고자 하는 협상과 한미FTA를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조치들에 순응하는 전략을 선택한다면, 트럼프행정부의 더욱 무분별한 보호무역정책을 확대시키는 치명적인 전략적인 오류가 될 것이다. 이미 무역보복조치를 공언하고 있는 EU 및 중국과 함께, WTO의 다자간 무역규범에 기반해 미국의 불법적 보호무역조치들에 국제법적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트럼프 본인이 보호무역조치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바로 철회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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