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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LIFE] 도심형 자율주행 전기버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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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AR & LIFE] 도심형 자율주행 전기버스가 온다

[CAR & LIFE] 도심형 자율주행 전기버스가 온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뉴질랜드 등 10여개사 자율주행버스 판매
세종시부터 자율주행셔틀 선도적 도입 검토할만


작년 말부터 경기도 성남시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제로시티를 셔틀 형태로 오가는 자율주행버스가 테스트를 마치고 현재 시범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운전자 없이 약 5km 이상의 일반도로에서 다른 차량들과 섞여 주행하면서 대중교통버스처럼 시민들을 실어나르는 용도다. 물론 저속으로 제한된 시간에 미리 정해진 경로로 움직이지만 아무튼 소위 자율주행 4단계 기술을 승용차 보다도 먼저 적용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가는 길은 대략 3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자율주행승용차로 주로 차량제작사(OEM)들이 주도하고 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도심지의 일부 구간에서 승용차 운전자들이 손과 발을 조작하지 않고 전방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적인 자율주행 즉, 레벨 3, 그리고 운전자가 운전조작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 4의 자율주행을 겨냥한다. 2020년대 중반 경 전세계 시장에 먼저 내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두번째 길은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이 대상인 자율주행상용차로 이 역시 특정 OEM들이 주도한다. 오랜 시간 장거리 주행을 하는 직업운전자들의 과로로 인한 사고를 줄이고 연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군집주행혹은 대열주행이 가능하도록 레벨 3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역시 2020년대 중반경에는 상용화 모델이 시장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세번째 길, 바로 도심형 저속셔틀형태의 자율주행전기버스다. 앞의 두 가지 경우와는 달리 자율주행전기버스는 일반적인 자동차 시장 모델이 아니다. 즉, 한가지 모델로 연간 최소 수 만대 혹은 수 십 만대를 대량생산 방식으로 제작해서 시장에 보급하는 것과는 달리 자율주행전기버스는 소규모주문생산 형태로 제작해서 필요한 도시 운영자들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존 자동차제작사들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어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015년 ITS 세계대회가 열렸던 프랑스 보르도에서 자율주행전기버스가 기술데모로 등장하면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대회가 열렸던 컨벤션홀과 전시장소가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어 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무인 자율주행셔틀 서비스를 실제 제공한 것이다. 한번에 5~6명 정도 탑승이 가능한 서 너대의 자율주행전기버스는 일반 차량이 다니지 않는 제한된 도로에서 20km 이하의 저속으로 대회기간 일주일 동안셔틀기능을 무난히 수행해서 전세계 교통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운전자가 없는 레벨 4의 자율주행기술이 이렇게 빨리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직접 체감하는 기회였다.
그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자율주행전기버스를 만들어 기술데모를 주도했던 프랑스의 중소업체 두 곳은 벌써 30개 도시 이상에서 백대가 넘는 자율주행버스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10여 개의 업체가 개발 및 생산 경쟁에 뛰어들어 전세계 50개 도시 이상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교통 비역세권 주민들을 철도역이나 버스정거장에 연결시켜 주는 라스트마일 수송, 대학캠퍼스 내의 학생 및 방문객 수송, 관광지나 테마파크 등의 관람객 수송, 공항 내 터미널 간 연계 수송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교를 시작으로 서울, 인천, 부산, 세종, 대전, 제주 등 여러 도시에서 자율주행전기버스를 셔틀형태로 도입하려고 기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 서남해안에서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에는 도심내 대중교통을 전체적으로 자율주행전기버스로 도입하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5년 후에는 수백대의 자율주행전기버스가 실증 혹은 시범운영되거나 일부구간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제 서비스가 실현되는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언제쯤 지금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다음 모델로 소위 레벨 3 혹은 레벨 4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승용차를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고가의 승용차 모델에는 이미 레벨3을 선택사양으로 부착했다는 광고도 종종 볼 수 있지만 그저 남의 것으로 보인다. 국민차 규모의 준중형급 모델에 자율주행기능이 적용되는 데는 아직도 차량에 부착되는 여러가지 센서 가격들이 차량 자체 가격보다 비싼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어려운 점은 승용차들이 늘 주행하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국지도 및 도심지도로 등 도로 인프라가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차량의 초연결성(V2X)과 고정밀지도 등 디지털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기술과 가격면에서 시장성을 고려하면 아마도 2030년 초반쯤에야 자율주행승용차가 국민체감 수준으로 시장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반면에 판교 자율주행버스로 시작된 자율주행전기버스의 도입은 국민들이 곧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곧 국토교통부의 관련 연구개발(R&D) 사업도 시작될 예정이다. 프랑스, 미국 등 이미 기술과 생산기반을 갖춘 신생 산업체들이 대당 3억 정도의 가격으로 당분간 선도적인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기술은 우리도 수 년내에 그리 어렵지 않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수준이다. 초기에 프랑스 제작 자율주행전기버스를 3대 도입해서 실증연구를 진행한 후 자체 기술개발로 생산기반을 갖춘 뉴질랜드와 호주의 사례가 눈에 띈다. 제한된 도로구간 혹은 도시공간에서 저속으로 운행하는 소형 전기버스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라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단지 누가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가격으로 여러가지 도시에 적용될 다양한 표준모델을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에 향후 시장의 승부는 결정될 것이다. 이쯤되면 자동차 제작사 뿐만 아니라 모든 관련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다. 기존에 부착된 고가의 센서들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한 정보통신기술(ICT)로 대체하는 부품의 개발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융복합된 차량운영제어 프로그램의 개발은 정부가 추진하는 4차산업혁명 기반 국가발전모델 및 일자리 창출 전략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전기버스의 운영효율성 향상을 높이기 위한 배터리 기술과 전기저장장치 관련 기술도 동반 성장할 것이다.

자율주행전기버스를 직접 시범서비스로 도입하려고 계획하는 도시들은 기존에 제작 판매되고 있는 해외모델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차량안전기준 및 디지털 도로인프라 등 모든 기반이 마련된 후에 도입하는 것이 좋겠지만,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다. 우선 시범도입을 추진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해결하는 진정한 의미의 규제샌드박스를 실현하는 것이 해답일 수 있다. 중소기업들에게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빠르게 학습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4차산업의 혁명적인 실천이다. 뉴질랜드 호주 사례가 반면교사다. 어떤 도시는 비역세권 주거지역 주민들에게 역세권 혜택을 주기 위해 자율주행전기버스를 적극적으로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어떤 도시는 종합대학 캠퍼스 내에 대중교통버스 진입으로 인한 소음과 불법주차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대학 및 학생들과의 협의로 자율주행 셔틀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세종시의 경우는 정부청사 주변 자가용 수요 증가와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셔틀을 도전적으로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2~3년간 실증으로 얻어진 기술 및 제도적 경험은 수년 내 전세계 도시에 경쟁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의 세번째 길, 즉 자율주행전기버스 시장에 선도적 역할로 참여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더 이상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라는 말은 듣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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