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섀도보팅 폐지 여파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 현실화
전자투표 신청사는 30% 줄어
102곳 의결권 확보 지원 요청
내년 '감사 선임' 많아 큰 문제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 현실화
전자투표 신청사는 30% 줄어
102곳 의결권 확보 지원 요청
내년 '감사 선임' 많아 큰 문제
3월 말 '주총시즌'을 앞두고 있는 중견·중소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의결권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이 폐지됨에 따라, 이같은 혼란은 충분히 예고돼 왔지만, 금융당국과 해당 기관의 안일한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주총대란'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책반을 가동하며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향후 2주동안 12월 결산법인 1947사 중 90%에 달하는 1768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이 중 102사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에 대비해 주총 비상대응반에 의결권 확보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미 주총을 마친 상장사 중에서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사례도 2건이나 발생했다. 코스피 상장사 영진약품은 지난 9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 의결에 실패했고, 지난 16일에는 코스닥 상장사 칩스앤미디어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앞으로 주총을 앞두고 있는 상장사들이 90%인 점을 감안하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이 부결되는 기업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소액주주의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의결정족수 확보가 힘들다는 점에서 주총대란이 현실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당국에서는 당초 지난 2015년 주총부터 섀도보팅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상당수 기업의 주총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정부가 3년이란 유예기간까지 설정했지만, 주총 대란은 피하지 못했다. 상장사들은 영업사원까지 동원해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직원들과 영업사원들이 전화를 돌리거나 직접 찾아가는 등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총을 마친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 주총이 무산된 기업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돼, 직원들이 모두 다 달라붙어서 어렵게 어렵게 의결권을 모두 확보했다"며 "다만 앞으로 주총에서도 계속 이렇게 의결권을 모아야 할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섀도보팅 폐지 이후 전자투표 활성화, 대국민 홍보 등 다각적인 주총지원정책을 펴 왔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 올해 섀도보팅 제도 폐지에 불구하고 12월 결산 상장회사 1947사 중 전자투표를 신청한 상장사는 483사로, 오히려 전년도 신청회사(688사) 보다 약 30% 줄었다. 또 발행주식수 대비 전자투표 행사율은 3.45%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극히 낮은 수준이다.
결국 금융당국과 관계기관 까지 나서서 주총 지원에 나섰지만, 촉박한 일정에 뾰족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주주총회특별지원반'을 설치해 의결권 확보를 요청한 102개 기업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증권사를 통해 주주들에게 연락하거나 자산운용사들의 보유 지분 의결권 행사를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감사·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회사가 증가, 의결정족수 부족 시 부결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감사, 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해야하는 회사는 635사, 2020년에는 729사로 늘어난다. 이는 전체 결산 상장법인의 33.9%, 38.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섀도보팅 폐지 대안으로 마련된 전자투표의 경우, 기본적으로 소액주주들이 주주로서의 권리의식이 향상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의결권 권유, 위임 사례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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