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쏘' 예판 하루만에 700대 넘어
정부 보조금 대상 240여대 불과
구매자간 보조금 경쟁 불가피
수소충전 인프라 부족도 문제
2020년 1만대 보급 계획 '무색'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예약 판매 하루 만에 700대가 넘게 계약됐다. 올해 정부의 수소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수가 약 240대에 불과한데, 이보다 3배나 많은 차가 하루 만에 계약된 것이다. 현대차는 내달 공식 출시 전까지 예약 판매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넥쏘 계약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넥쏘 구매자가 서로 보조금을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보조금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예상을 깨고 수소전기차 구매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소 충전소는 12기에 불과하며, 그것도 6기는 개별 민간 소유라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수소전기차를 2020년까지 1만대, 2022년까지는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2월까지 누적 보급 대수는 187대에 불과하고, 올해 보조금 지급 대수도 240여대에 그쳐 사실상 이같은 보급 계획은 달성하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전기차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인 차로 평가받는 수소 전기차를 일반 국민이 구매할 의사가 높다면, 정부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충전소를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9일 넥쏘 예약 판매를 시작한 첫날 733대 계약 수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소전기차는 일반 배터리 전기차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더 길고, 짧은 충전 시간 등의 장점이 있지만, 높은 차량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로 그동안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다.
넥쏘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9㎞로, 국내 판매되는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긴 1회 주행거리를 기록한 테슬라 모델S 100D(451.2㎞)보다도, 150㎞ 이상을 더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시간 역시 급속 40분, 완속 14시간이 걸리는 모델S 100D와 달리, 넥쏘는 3~5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이같은 장점에도 그동안 정부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서 외면받았다. 올해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가 1만2000대인 것과 달리, 수소전기차는 200여대에 불과하다.
올해 책정된 환경부의 수소전기차 국고보조금으로는 대당 2250만원씩, 총 158대에 지급할 수 있다. 지난해 이월된 금액까지 포함하면 지급 대상은 총 240여대다. 넥쏘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까지 합하면 최대 35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3390만~372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수소 충전소다. 전기차 충전소 한 곳을 설치하는데 약 4000만원이 드는 것과 달리, 수소 충전소를 만드는 데는 약 30억원(부지 매입 비용 제외)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3000여 개이지만, 높은 충전소 건설비와 안전 문제 등으로 수소충전소는 12곳밖에 없다. 정부가 광주광역시, 충남 내포, 경남 창원, 울산광역시 등 6곳에 만들었고, 현대차를 포함한 민간이 6곳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6곳은 일반 소비자가 이용할 수 없다.
현대차는 고육지책으로 넥쏘 출시 후 회사가 운영 중인 서울 양재, 경기 마북과 남양, 울산 매암 등 4곳의 수소충전소를 일반에 개방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건설 중이거나, 건립 추진할 수소충전소가 20여 곳 가까이 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모두 완공하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이미 예산을 책정해놓은 환경부로서는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까지 수요가 급증하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예약 대수가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올해 전기차 수요 확대를 예견하고 보조금 규모를 3만대로 요청했으나, 기재부 반대로 2만대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