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뭄 대책, 물 재활용 적극 모색해야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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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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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뭄 대책, 물 재활용 적극 모색해야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지난 2월 말부터 반가운 봄비가 내리고 있다. 한겨울 내내 10mm내외의 강수량으로 울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가뭄 걱정이 점점 심각해지던 때라 더욱 반가운 비였다. 지난 2월 26일까지만 하더라도 강원도 속초는 연속 114일간 강수가 없어서 제한급수를 시행 중이었고, 전남 완도군의 보길도와 노화도는 주민 8000여 명의 식수원인 보길 부황수원지가 바닥이 나 2일 급수에 10일 단수의 극한상황까지 내 몰렸다. 때마침 지난달 말부터 내린 강우로 대부분의 지역은 가뭄이 해소됐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다소 이르다. 바닥을 완전히 드러냈던 운문댐 수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저수율이 11.6%에 불과하고, 사연댐도 19.7%에 불과해 계속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곧 다시 용수공급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기상청은 지난 3월13일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한'봄철 가뭄 현황과 전망'에서 현재 전국의 6개월 누적강수량이 평년의 85% 가량이고, 3월 강수량이 평년과 유사하게 47.2∼59.9㎜로 예상되므로 가뭄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부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이 평년의 60%에 불과해 국지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뭄이 닥치면 자연히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당국은 가뭄대책을 발표한다. 가뭄은 이미 빈번하게 겪는 일이어서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갖고 있고, 가뭄에 대비하는 기술과 방법도 많이 발전했다. 예전엔 가뭄이 심해야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던 것을 이제는 지난 6개월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가뭄을 예측하고 미리 미리 저수지나 댐의 방류량이나 사용량을 조정하고 있으며, 댐 간의 연계운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간 강수량이 적으면 어쩔 수 없이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가뭄이 심해지면 급하게 단기적인 대책을 고안해 시행하게 되는데 관정을 뚫거나, 양수기를 보급하거나, 도수로를 2∼3개월 내에 신속하게 건설하는 등이 그것이다. 그러다가도 비가 오면 중장기 대책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업들은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시행돼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가 와서 물이 부족하지 않은 시기에 효율적으로 필요한 시설들을 설치해야 한다.

가뭄의 여러 중장기 대책 중에 그 비중을 재평가해야 하는 것들이 누수 저감사업과 물 재이용 사업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강우에 의존하는 댐의 연계운영이나 방수량 조절은 가뭄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없는 물을 아무리 아껴 써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뭄이 심해져서 제한급수를 하는 순간에도 노후 수도관에서 물은 샌다. 2015년 가뭄으로 보령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8개 지자체에 제한급수가 행해질 때에도, 그 한 방울이 아까운 물이 거의 40% 가량 관에서 새어 나갔다. 전국의 어느 지역도 가뭄이 심각해져서 제한급수를 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노후관의 누수를 저감하는 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가뭄대책이다. 동시에 에너지 절약, 단수사고 대비 등 예산집행의 효과가 다목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사업이지만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노후관을 정비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한 비가 오지 않아서 물이 없을 때 가장 확실하게 대량의 물을 확보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물의 재활용이다. 우리가 사용한 물은 적절한 처리를 거치면 화장실, 가로 청소용수, 하천 유지용수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농업용수로 활용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싱가포르에서는 재처리한 물을 수돗물 생산원수로 사용하는데 한번 사용한 물을 적합하게 처리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물의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일단 사용한 물을 다시 먹는 작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 무언가 적당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시설로 부터 사용처까지 이송하는 관망이 없기 때문이다. 물을 처리한 장소에서 재활용하는 장소까지 연결해주는 관의 건설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므로 가뭄이라는 재난 대비나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재활용 시설은 국가가 건설해야 하며, 재활용 시설과 이송관의 건설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비가 와서 물이 풍부할 때부터 미리 건설해야 한다.

최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가 수립한 가뭄대책에는 누수방지사업과 물의 재활용 사업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중장기 대책이 구현되기에는 지속적인 예산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 대책은 그저 구호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뭄이 심해지면 불난 집처럼 서두르다가 잠시 비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심 밖으로 밀어내면 아무리 좋은 대책이 있더라도 소용이 없다. 올 가뭄이 어떨지는 몰라도 지금 비가 왔다고 방심하지 말고 미리미리 투자하고 꾸준히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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