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성격 강해 규개위 심사 난관
선거 앞두고 국회 논의도 미지수
이통사·알뜰폰 "경영악화" 반발
추가 지원책 등 합의 문제 남아
선거 앞두고 국회 논의도 미지수
이통사·알뜰폰 "경영악화" 반발
추가 지원책 등 합의 문제 남아
[디지털타임스 김지영 기자]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를 법제화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용자에게 저렴한 통신요금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있지만, 사업자를 규제하는 성격이 강해 논란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는 지난달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통신 사업자와 알뜰폰 업계, 시민단체 등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정부 입법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6월까지 보편요금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전까지 넘어야 하는 문턱이 남아있다.
일단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지가 첫 관문이다. 국회가 발의하는 법안이 아니라 정부가 제출하는 법률안의 경우 규개위의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책의 하나인 어르신 통신료 감면도 지난해 규개위 문턱을 넘지 못해 3월 중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편요금제가 사업자의 요금을 강제하는 규제 성격이 강해 규개위 심사를 통과할지 미지수다.
이후 법제처의 심사도 필요하다. 법제처에서는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과 함께 위헌 소지 등도 검토한다. 이동통신 3사는 보편요금제 추진 초기부터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시장을 왜곡하고 헌법에도 위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같은 심사를 모두 거치더라도 이후 국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정족수 문제로 휴업 상태이고 여당마저도 보편요금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입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법안 추진 시 포퓰리즘 논쟁이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자와 합의 문제도 남아있다. 일단 이통사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가입자 이탈을 우려하는 알뜰폰 쪽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편요금제가 알뜰폰과 시장이 겹쳐 경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편요금제 도입 시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추가지원방안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들은 보편요금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추혜선 의원(정의당)이 지난해 6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안과 병합 심사를 위해 계류 중이다. 추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통신 전문가는 "보편요금제가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정부 입법으로 추진되면서 절차상의 장애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수의 현안이 산적해 있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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