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기간 단축… 중소기업 부담 줄여줘야
심판·조정 연계 - 적시 제출주의 등
빠른 해결로 비용·인력 문제 완화
심판·조정 연계 - 적시 제출주의 등
빠른 해결로 비용·인력 문제 완화
주목! 이 법안
(15) 지재권 분쟁 개선 법안 4종
"원고(서오텔레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지난 1월 19일 대전광역시 둔산동의 특허법원 대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과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는 재판장의 판결에 망연자실했다. 우리나라 특허분쟁 최장기 사례로 알려진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의 법정싸움이 또다시 중소기업의 패배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03년 3월 서오텔레콤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호출 처리장치' 기술을 특허 등록했지만 이듬해 LG전자에서 '알라딘폰'에 같은 기술을 탑재하면서 기나긴 특허분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무려 15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100억원 가까이 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사옥을 팔고 직원 수를 감축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대기업 간 특허분쟁은 대기업에게 훨씬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장기간 소송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허청의 '2015년 국내지식재산권 분쟁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침해 분쟁 경험 기업의 평균 소송비용은 5800만원, 특허침해소송 심리기간은 3심까지 평균 40.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대기업과의 소모적인 법적 공방 부담을 덜어줘 중소기업이 신기술 특허권을 지킬 수 있도록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지난 15일 발의한 지식재산권 분쟁 개선 법안 4종(△특허법 개정안 △디자인보호법 개정안 △상표법 개정안 △발명진흥법 개정안)은 이런 취지에서 비롯됐다.
법안들은 '심판·조정 연계제도'와 '적시 제출주의' 도입을 골자로 한다. 즉 특허침해 소송 전 분쟁을 빨리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소송이 진행될 경우 재판기간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개정안은 심판절차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의 제출시기를 심판장이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등이 뒤늦게 제출하는 증거는 심판장이 각하할 수 있게 된다.
심판사건을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심판사건의 기록을 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게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홍 의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특허분쟁 과정에서 대기업이 필요한 증거와 자료들을 빠른 시일 내 제출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인력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은 중간에 지치기 마련"이라며 "심판 단계에서 조정제도를 이용하면 소송 전 분쟁의 조기 해결이 가능하고 침해소송이 결부된 경우에는 소송까지 종결할 수 있어 심판·조정 연계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혜원기자 hmo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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