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익공유 모델 `ICO`, 등록제 필요하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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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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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익공유 모델 `ICO`, 등록제 필요하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한국에서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 공개)가 금지됐는지 분명하지 않다. 지난해 9월 29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술 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언론들은 ICO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금지할 방침'이란 표현은 미래 어느 시점에서 금지할 예정인데 아직은 허용한다는 표현으로 필자에게 읽혔다. 그런데 그날 이후 언론의 보도를 정부는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가 ICO 금지 보도를 기대하면서 보도자료를 그렇게 만들었나 싶었다.

한글 보도자료로도 이렇게 해석 차이가 다를 수 있다. 그 이후로 한국에서는 ICO 금지가 기정사실로 확정된 듯 했다. 필자는 6개월 전 보도자료를 찾아 다시 읽어봤다. 여전히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적혀있다.

최근 스위스의 금융규제기관(FINMA)은 ICO를 지불토큰, 유틸리티토큰, 자산토큰을 발행하는 세 종류의 이벤트로 구분했다. 그 가운데 자산토큰은 증권형이므로 한국의 자본시장법 같은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나머지 두 종류의 ICO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세 종류의 ICO를 모두 금지할 예정이라고 천명했다. 그런데 '언젠가 금지한다면' 우선 자산형 ICO를 금지할 것이라고 억지로 해석해봤다. 이건 순전히 필자의 바램이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할까?

ICO는 청년들이 백서 한 장 들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자를 받는 절차다. 위장된 투자행사인지라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받는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스위스나 싱가포르에서 한다. 주식 대신 코인이나 토큰을 준다. 예상과 달리 ICO는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암호화폐를 매개로 하는 인센티브 배분이 ICO의 최대 강점이다. 이런 ICO를 통해 개발자, 투자자,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이익공유경제 모델이 확립됐다. 그래서 이제 ICO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ICO를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한국의 산업통계에서 ICO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둘째, ICO를 규제하려 해도 해외 기업이라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무늬만 해외기업인데도 그렇다. 셋째, 진흥하려고 해도 역시 국내기업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 생겨야 할 일자리가 해외로 나간다. 국내 기업이나 청년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꿈을 펼칠 수 없다. 정부의 국정지표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인데 ICO 금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오히려 법이 없는 틈을 타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ICO를 해도 수수방관해야 한다.

스위스에 재단을 세우려면 이사장은 현지인이어야 한다. 2억3000만달러 이상을 모아 주목을 받은 테조스(Tezos)는 스위스에 재단을 두고 ICO를 했다. 테조스의 설계자와 운영자가 다르다 보니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비슷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바지사장과 진짜 사장이 다투는 형국이다.

ICO를 금지한 현 상황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같다. 국가의 공권력이 ICO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도 보호할 수 없다. 국내 콘퍼런스에서 외국 기업들이 대놓고 ICO 소개를 하고 있다. 장차 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역으로 질문해보자. ICO를 허용하는 것이 국가가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암호화폐 사기의 대부분은 ICO조차 하지 못하는 불량화폐에서 이뤄진다. 엉터리 상품이 활개를 치지 못하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ICO만 등록제로 허용하면 부적격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크게 감소하게 된다. ICO를 하려는 기업에게 유사수신 행위를 할 수 없게 하며, 자금세탁 방지와 실명확인 절차 등을 거치도록 하고, 평가기관의 등급을 제출하도록 하면 된다.

오히려 요즘 걱정되는 것은 ICO보다 역ICO 또는 리버스ICO다. 신생 스타트업이 하는 ICO가 아니라 이미 기업공개를 한 잘 알려진 기업이 하는 ICO를 역ICO라고 부른다. 대기업의 명성과 역량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ICO가 그것이다. 9000억원을 모았다는 텔레그램 ICO가 좋은 예다. 그런데 역ICO가 성행하게 되면 창의성과 패기로 시작하던 신선한 ICO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때로는 한계기업이 기사회생하려고 빈약한 사업모델을 내세우며 ICO로 포장해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게 사실 투자자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로 한국에서도 크립토밸리가 정착되면 좋겠다. 정부가 기업활동에 깊이 관여하기 어렵다.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제만 하면 된다. 정부는 장만 펼쳐주면 된다. 그런데 장도 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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