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요금제 따라 수수료 차등
'고가요금'일수록 대리점 유리
"현장선 저가요금 선택 어려워"
'고가요금'일수록 대리점 유리
"현장선 저가요금 선택 어려워"
[디지털타임스 김지영 기자]KT가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저가요금제를 출시한 가운데 올 초 유통망에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수수료 개편을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요금제로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카드를 제시하면서 실제 현장에선 저가요금제를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로 판을 깔아 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 초부터 수납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 관리수수료 개편안을 유통망에 전달했다. 기존에는 요금제 상관없이 월 요금의 6.15%를 수수료로 대리점에 지급했지만, 개편한 이후 월 3만원 미만 요금은 4.15%, 3만원 이상∼4만5000원 미만은 6.15%, 4만5000원 이상∼7만원 미만은 7.15%, 7만원 이상은 8.15%를 적용한다. 고가 요금제를 유치할수록 대리점이 받아가는 금액이 많아지는 구조다.
KT는 그간 보편요금제에 대응해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양새였다. KT는 14일 3만원대 저가 요금제에 무약정,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LTE 데이터 선택(무약정) 32.8 요금제는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비해 월 데이터 제공량이 3.3배 상향된 1GB를 제공하고, 무약정 38.3 요금제에서는 2.5배 상향된 2.5GB를 제공한다. 중가 요금제에서도 데이터를 2배 확대해 제공해 고객은 한 단계 상위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 받게 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지금 구조 대로라면 실제 소비자와 접촉하는 유통망에서 저가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수료율이 차등화돼 있어 대리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소비자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저가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월 2만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출시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선 정부의 요구대로 보편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당장 월평균가입자매출(ARPU)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강하게 반발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를 만들어 놓고 유통망에 수수료 차등하면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고가 요금제를 권할 수밖에 없다"며 "저가 요금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가계 통신비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차등수수료 정책 변경은 저가요금제 변경과는 전혀 별개로 추진된 사항"이라며 "영업을 잘하는 대리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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