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전체·주요주주로 확대
금고형이상 처벌 결격사유 인정
삼성·롯데 등 대기업 계열 겨냥
"금융사 옥죄기 수단 활용" 불만
CEO 연임 정부 입김 강해질 듯
금고형이상 처벌 결격사유 인정
삼성·롯데 등 대기업 계열 겨냥
"금융사 옥죄기 수단 활용" 불만
CEO 연임 정부 입김 강해질 듯
유동일기자 eddieyou@
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금융당국이 대기업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능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 기존에 2년마다 자격을 평가받는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현행 최다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 및 주요 주주로 확대한다.
당장, 보험, 카드, 증권 등 주요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삼성, 한화, 현대 등 대기업 금융사들이 타깃이 돼, 주요 총수 일가가 적격성 심사 대상에 편입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는 적격성 심사 대상을 최다출자자 1인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향후 최대출자자 1인의 특수관계인 주주와 사실상 해당 금융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요 주주로 확대된다.
심사요건도 강화돼 기존 금융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뿐만 아니라 횡령, 배임 등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결격 사유로 인정된다. 법인도 1억원 이상의 벌금제재를 받으면 결격 제재 대상이 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개선안이 금융산업은 물론 재계 전반으로 '관치'가 확산되는 변곡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확대가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기업 가운데 삼성, 롯데, 현대차, 한화 등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재벌가 오너들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장, 삼성생명은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부회장도 2년마다 진행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롯데손해보험 등의 주요 주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대상이 된다.
다만 최대주주 중 어느 1인만 결격사유인 경우, 해당 최대주주의 보유의결권 중 1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므로 현재 지분이 0.06%인 이 부회장에게 특별한 제재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금융계는 하나금융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업계 조이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 되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금융감독권한으로 금융사는 물론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을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만 휘두르려는 것 같다"면서 "기업은행처럼 정부 지분이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는 있지만, 민간 금융사들은 정부 지분도 없는데 감독권한 확대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도 "앞으로 금융사 CEO들의 연임은 정부와 교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금융사들은 납작 엎드려서 '이 시간만 잘 넘기자'는 보신주의가 더 팽배해질 것"이라며 "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로비도 더욱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또한 최종구 위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에)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검사를 공언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속마음은 그렇다 하더라도 금융수장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그 발언 때문에 채용비리를 길게 깊게 파는 게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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