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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개헌안 발의 득과 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입력: 2018-03-14 18:00
[2018년 03월 15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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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개헌안 발의 득과 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17년 초에 국회 개헌특위가 30년 만에 구성되면서 개헌논의가 지난 1년 동안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진행됐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해졌지만, 논의과정 속에서 합의되지 못한 쟁점들이 크게 부각되면서 개헌의 내용에 대한 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달리 개헌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계속 표명함으로써 개헌논의가 활성화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1개월 전 대통령이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헌법자문특위를 설치해 개헌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워졌다. 이제 국민헌법특위가 마련한 개헌안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향후 개헌정국에 가장 중요한 변수의 하나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된다. 하나는 개헌안을 국회에 보내서 헌정특위에서의 개헌논의에 반영되는 길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국회에서의 개헌논의와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 등을 통해 나오고 있는 이야기로는 국회에서 합의에 의한 개헌안 발의가 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충분한 논의 없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득보다 실이 커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첫째, 국회 중심의 개헌논의가 1년 이상 진행됐는데,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행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안이 아무리 전문가들에 의해 집중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개헌안이라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그 완성도가 국회 내의 논의과정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둘째,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참여개헌,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국민헌법특위의 개헌안이-여론조사나 인터넷 선호도 조사 등으로 의견수렴을 했다 하더라도- 국민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국민참여개헌의 실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개헌안 마련 과정의 비공개성은 국민참여개헌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라 하더라도 국민투표 이전에 일차적으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일방적으로 발의한다는 것은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헌에 대한 갈등을 표면화시키는 가운데 개헌안의 부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 쪽에서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시점에 대통령이 개헌안의 발의를 서두르는 것보다는 국회의 개헌논의를 보다 활성화시키는데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헌법특위의 개헌안 내용 중의 상당 부분이 국회의 개헌안에 반영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성공적인 합의개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걸림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권력구조, 특히 총리의 선임방식에 관한 입장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가 개헌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성평등 문제를 비롯한 인권 관련 쟁점이 개헌에 대한 합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될 수 없다.

성공적 개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30년 전의 제9차 개헌과정에서도 그러했듯이- 여야가 무조건 나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유연한 태도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고, 대통령은 이를 위한 계기의 마련 내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개헌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헌법학자들이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권 삭제를 주장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되새김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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