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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쓰는 한국의 `무역책략`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8-03-13 18:00
[2018년 03월 14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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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쓰는 한국의 `무역책략`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의 기대마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정무역정책은 예견된 일이었다.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약(TPP) 탈퇴, 한미 FTA 재협상, 각종 불공정 관행의 시정 요구, 그리고 안보적 차원의 보복 관세 등 이 모든 것이 미국 우선주의와 맞물린다.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과 군사 관계에서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국가들에게는 융통성을 보일 것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무역은 역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정치적 산물이었다. 일본은 160여 년 전 미국 페리 제독의 불공정한 통상 요구에 굴복하고 개항을 선언했다. 이후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했다. 무역전쟁에서 지고도 결국 이겼다. 격동의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무역책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미국의 공정무역 정책에 많은 국가들은 반발했다. EU와 영국은 정면충돌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재, 농산물, 그리고 철강제품에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본은 TPP를 활용하여 세계의 공급사슬구조를 바꾸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환태평양 안행(雁行)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동시에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면서 아시아에서의 안보 수호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이것이 공정무역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경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전략이다. 중국은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유럽과의 정치적 연대를 꾀하고 있다. 사드 배치로 중국이 보였던 무역 보복 조치는 중국의 자유무역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더욱이 지난 달 한국 및 미국산 스티렌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고 최고 10.7%의 반덤핑 세율을 결정했다. 중국의 위협은 미국보다 우리나라만 어렵게 만들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이 개도국에 불과하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마오쩌둥(毛澤東)이 국공합작을 위해 장제스(蔣介石)을 칭송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중국의 이중적 행태는 미국을 설득력하기에는 미흡하다. 이제 중국은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전면전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공정무역 정책으로 철강, 화학, 가전 등 우리의 수출 주력 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한미 FTA 재협상과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현안 과제다. 1880년의 조선책략에 이은 새로운 무역책략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가 그 동안 한미 FTA 재협상에서 취했던 태도는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리다. 한미 FTA를 체결했을 당시에는 한미동맹이 굳건했고 경제 동반자였다. 지금은 공정무역의 잣대로 동맹 관계를 재평가하는 시기이다. 대미 흑자가 적자로 바뀌어도 공정무역의 잣대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더욱이 과거의 성공적 협정을 강조하는 오만함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호혜세를 염두에 두면서 호혜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관세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

한미 FTA는 보호무역의 물결 속에서 EU, 일본, 그리고 중국에 비해 미국 시장에 대한 우월적 접근 경로를 제공할 것이다. 위기가 기회로 전환된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지렛대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한미 FTA 협정으로 경제 동반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 개방보다 경쟁력 상실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제품이 우리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상실은 이미 만성화됐다. 산업은행의 민영화 중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도한 규제 등 산업경쟁력을 막는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 생산성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법인세 인상과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지킬 수 없다. 세계는 기업 유치 경쟁 중이다. 기업 환경 개선이 우선이다.

미국과의 동반자 관계는 생존의 조건이다. 일본이 주도하는 TPP도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제무역 공급 네트워크를 더욱 다변화시켜야 한다. 무역은 번영의 기반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무역의 확대라는 관점이 최우선돼야 한다. 역사적 시대흐름이 중요하다. 자강(自强)을 바탕으로 '친중국하고, 결일본하며 연미국'하라는 조선책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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