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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전략이 핵심이다

김성민 ETRI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입력: 2018-03-13 18:00
[2018년 03월 14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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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전략이 핵심이다
김성민 ETRI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지난 201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여의도에서는 대한민국 외로운 솔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거리미팅을 하는 '솔로대첩'이 열렸다. 당시 필자도 연구팀 위촉연구원이던 한 여학생이 며칠간 이 행사에 가야할지 고민했던 터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솔로대첩 결과는 남자>비둘기>경찰>여자의 순으로 모였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남자 연예인은 인터뷰에서 '남자만 3천명 만난 것 같아요' 라고 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외로워하던 그 여학생도 결국 가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경제학을 전공하고 '플랫폼 비즈니스'와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이론을 공부한 필자에게 이 결과는 너무도 자명한 것이었다.

플랫폼이란 원래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으로써 기차, 지하철, 혹은 버스 등 교통수단과 승객이 만나는 공간이다. ICT 분야에서는 각종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환경으로써 아키텍처, OS, 프로그래밍 언어, UI 등을 모두 의미한다. '거시기'와 같은 사투리처럼 폭넓고 유연하게 사용되는 용어라 오해의 소지도 많다. 양면시장이란 단면시장에 대별되는 용어다. 단면시장은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가격으로 공급하는 개념인 반면, 양면시장은 플랫폼에서 다양한 공급자와 다양한 소비자들이 서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즉 게임을 개발해서 이용자들에게 공급하면 단면시장이지만, 다양한 게임 개발자들이 플랫폼에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을 올리게 하고 이용자들과 거래할 수 있게 하면 양면시장이다. 앱 개발자와 이용자를 연결시켜주는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집주인과 여행객을 이어주는 에어비앤비, 동네 음식점과 이용자들을 이어주는 음식 배달앱, 숙박업체과 여행자를 이어주는 호텔 예약 앱 등이 모두 양면시장 플랫폼이다.

양면시장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와 같이 성격이 다른 두 집단의 지불 의향에 따라 다른 거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서로의 참여와 거래를 유인한다. 양면시장의 가장 고전적 사례인 '나이트클럽'은 남성고객보다 여성고객의 입장료를 낮게 부과하는데 이는 남성이 여성고객이 많을수록 더 높은 효용을 얻고 지불 의향도 더 높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솔로대첩은 여성과 남성이 길거리 미팅을 통해 얻을 효용의 크기의 차이와, 참가를 위해 필요한 경제적 비용, 이동에 드는 노력과 심리적 부담 등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의 차이를 반영하여 행사를 기획하지 못하였기에 남자 반, 비둘기 반의 코미디 같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기술적 측면에서 좋은 플랫폼은 다양한 고성능 프로그램들이 잘 돌아가는 기술적 혁신성과 완성도가 높은 것이겠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좋은 플랫폼은 성격이 다른 집단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플랫폼 기반의 거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서로 수익과 효용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양면시장의 핵심 전략은 한 집단의 크기를 키워 다른 집단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이용자 네트워크를 먼저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 판매, 금융, 택시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공급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역으로,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을 확산하고 있는 구글과 IBM은 공급자 네트워크 확산을 통한 생태계 장악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자체 AI 플랫폼인 텐서플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안드로이드 같은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IBM은 와슨을 활용할 개발자, 스타트업, 파트너와의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 상업용 왓슨 기반 앱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파트너 수를 늘리고 있다. 이렇게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플랫폼은 여전히 생태계의 중심에 있을 것이고, 플랫폼 전략에 따라 생태계 장악력은 결정될 것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잘 작동하는 플랫폼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필자는 다음 질문에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플랫폼을 누가 사용할 것인가? 집단 A는 집단 B가 늘어날수록 이득을 얻는가? 둘째, 참여집단 A와 집단 B는 각각 그 플랫폼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셋째, 지불의향이 더 높은 집단은 누구인가? 넷째, 플랫폼 운영자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다섯째, 집단 A와 B의 유인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전략이 없는 플랫폼은 우수한 기술로 개발되더라도 처참했던 여의도 솔로대첩과 같이 이용자 확보에 실패하고, 전략으로 무장된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 전략의 기본은 산업별, 또는 기술 플랫폼별 사용자들의 특성과 니즈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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