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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지향적 에너지정책 만들어야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입력: 2018-03-07 18:00
[2018년 03월 08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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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지향적 에너지정책 만들어야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올해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종합기본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다.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2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이 고작 5년 만에 수명을 다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녹색성장을 강조했던 1차 기본계획의 5대 중점과제 중 2차까지 살아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도 에너지 전환이 2008년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완전히 삼켜버릴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 전환은 낯선 일이 아니다. 1960년대에는 강원도의 탄광 개발로 연탄이 보급되고, 1960년대 말부터 석유와 천연가스(LNG)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연탄·석유·가스로의 전환은 점진적인 것이었다. 고종 황제가 처음 도입했던 전기를 전국적으로 공급하기까지는 8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원전 시대를 열기 위해서 20년 이상의 집중 투자도 했다. 정부 주도의 급격한 전환도 있었다. 택시의 연료를 액화석유가스(LPG)로 전환한 경우가 그랬다. 심각한 어려움도 있었다. 고질적인 전력난을 겪기도 했고, 연탄 파동도 잦았고, 석유파동도 극복해야 했다.

어떤 경우에도 '에너지 전환'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고, 소비자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원전 건설에는 4조원이 넘는 비용과 10년이 넘는 공사기간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송·배전망을 갖추는 일도 부담스럽다. 결국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에서 에너지 전환은 쉬울 수가 없다. 지금도 구시대적 임산연료에 의존하는 나라가 적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경제 부국인 독일의 에너지 전환을 섣불리 흉내 낼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전환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애써 만들어놓은 시설들이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변해버리고, 그동안의 투자도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퇴출되는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보상도 필요하고, 새로 진입하는 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보상도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에너지 전환은 심각한 갈등으로 치닫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친환경'과 '국민안전'이 멀쩡한 에너지 생산 시설을 포기하는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친환경의 출발은 자원의 절약이다.

에너지 기술의 안전성과 환경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중요하다. 완벽하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는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심지어 50만 년 전부터 사용해왔던 장작·낙엽·숯과 같은 임산(林産)연료도 안전한 친환경 연료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화재와 연기(미세·초미세 먼지)의 위험도 심각하고, 사용량이 늘어나면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인류 역사에서 재앙적인 화재를 경험하지 않은 도시는 드물었다. 지금도 매년 수백 만 명이 임산연료에서 발생하는 연기에 의한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에너지 정책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 안전도 중요하고, 환경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완성의 미래 기술을 핑계로 검증된 현재 기술을 함부로 포기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소비자의 요구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시장을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간섭이 비효율과 소비자의 불만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석유시장의 경우가 그렇다.

위험하고 더럽다고 무작정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찾아내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전을 강화하고, 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고, 규제와 관리를 강화할 수도 있다. 여전히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항공산업의 경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5년짜리 단명의 중장기 계획은 무의미한 것이다. 전국토를 발전소화 시키고, 전문성이 없는 시민단체에 전력생산을 맡겨서는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 수 없다. 경제성장과 조국통일의 꿈이 반영된 미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정책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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