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보보호법 규제대상은 `정부`여야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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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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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보보호법 규제대상은 `정부`여야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스마트기기의 범람과 SNS 그리고 사물인터넷(IoT)는 모두 데이터의 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이제 물리적 공간, 사람의 생체, 그리고 사이버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해야 미래의 먹거리가 된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자원, 석유라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의 활용을 제약하는 것으로 개인정보에 관련한 규제법안들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보보호에 대한 공포는 매우 심각한 지경이고 이 보호법안들이 정보의 활용을 제약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명시적인 규정 이외에도 행정지도에 의해 우리나라가 정보화시대에 갈라파고스화가 지나치게 진행돼 왔다. 자주 거론되는 온라인금융에 다른 나라에 없는 수많은 보안관련 프로그램과 보안카드, OPT, 전화인증 등의 사실상 규제는 내국인이 아니면 국내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 고령층을 스마트금융에서 소외시키고 있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통제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지불결제시스템은 기업과 개인간의 신뢰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신뢰가 있는 기업들에게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전등록하고 별도의 입력 없이 지불결제가 이뤄지고 있고 그러한 신뢰가 없는 개인간의 지불결제를 신뢰를 형성한 기업들이 중개해 주고 있다. 페이팔은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간 송금을 이메일 주소로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모두 기술로 획일적으로 차단하려는 제도가 오프라인보다 사용이 불편한 온라인과 세계와 격리되고 세대간 소외를 만드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도 같은 접근법이 필요하다. 오남용을 하지 않을 기업들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자유로운 정보의 거래를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도를 넘는 획일적 규정으로 사적자치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또 한편 우리나라의 정보보호법은 규제의 대상이 대부분 기업 또는 개인이지만 정부는 이 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고 있다. 국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정부는 아무 때나 개인과 기업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금도 정부부처나 감사원 등의 감사에는 출입국관리소의 해외여행정보, 심지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하이패스의 통행기록 등이 무차별하게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정보를 회사 밖의 제3자 클라우드 서비스회사에 보관하지 않고 있다. 검찰과 규제당국이 아무 때나 기업비밀을 획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들 기업들은 해외외환거래도 국내은행을 통해 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위정자와 정치인들 또한 국내메신저들을 사용하지 않고 해외메신저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정부의 무분별한 정보접근의 공포가 만들어가고 있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다.

기업들이 개인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감해 하는 모든 정보는 사실상 정부에 있다. 건강은 물론, 재산, 납세, 범죄사실과 가족관계, 학생시 절의 성적과 생활기록, 그리고 해외출입국까지 정부는 개인의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부처가 원래 수집된 용도 이외의 정보공유와 이용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민과 영사업무를 위해 수집한 출입국기록을 감사용으로 쓸 수 없는 것과 같다. 도로공사라는 회사가 수집한 차량의 기록이 정부부처에 제한 없이 넘어가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정보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생성되고 공유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법은 개인과 기업보다 정부가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보보호법 만해도 우리나라의 큰 정부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적시장의 정보보호는 사적자치를 기반으로 자유화를 확대하고 정부의 규제는 강화해야 진정한 정보화시대의 데이터 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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