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LIFE] 위기의 한국차, 새 고유모델 만들자

[CAR & LIFE] 위기의 한국차, 새 고유모델 만들자
    입력: 2018-03-06 18:00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CAR & LIFE] 위기의 한국차, 새 고유모델 만들자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현대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미래 준비 '눈길'
한국GM도 자체 생존능력 갖춰 탈구 찾아야


한국 자동차산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그 중에서도 현대, 기아, 대우자동차의 3대 자동차회사가 경쟁하던 1990년 말에 닥친 IMF위기는 가장 큰 위기였다. 다행하게도 현대자동차는 이미 80년대에 자체기술개발로 방향을 잡아 독자생존이 가능했고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연구 인력을 통합해 남양연구소에서 연구개발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고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개발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정부가 대우자동차를 처리한 방식은 GM에의 매각이었다. GM은 전 세계에 걸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방대한 경영을 하는 회사였고 한국자동차회사를 특별히 키울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고 중국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무게 중심은 중국 상하이GM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2000년대 초에 토종 자동차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와 해외 자동차업체가 인수한 업체로 재편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그 후 갈수록 자동차개발능력에서의 격차가 커졌다.

평창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넥소를 타고 평창을 갈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뒤에 타고 앞좌석에 현대자동차의 두 엔지니어가 앉아 기술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해줬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라이다센서(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물체를 식별하는 장치)는 실용 가능한 2차원 센서들을 앞과 뒤에 배치하고 양산된 모빌아이 카메라를 사용했으며 3차원 지도와 제어 소프트웨어를 자체개발했다고 한다. 매우 신중하게 운전하도록 설정하여 사람의 개입없이 안전하게 평창까지 갈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밤낮을 잊고 일하는 열성을 느낄 수 있었고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케 한 실력에 같은 자동차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세계가 빠르게 모빌리티로 변화해 가는 와중에 현대기아차가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자체적으로 이렇게 빨리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하는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했다는 것은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집중력과 단합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앞으로의 자율주행분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에 GM에 매각돼 한국GM이 된 대우자동차의 운명은 지금 풍전등화이고 자생능력이 없어 GM이 한국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다. 자체 신차개발능력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던 대우자동차를 헐값에 GM에 넘긴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결정인지 알 수 있다. GM이 한국GM을 자체 생존이 가능한 미래지향적인 기업보다는 단순한 생산공장으로 이용하는 한 한국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타 국가 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앞으로 자체적으로 이윤을 남기는 회사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GM이 2009년 금융위기 때 파산한 후 새로운 GM으로 태어난 것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 지원에 의한 것이다. 다행히 GM은 회생했으며 그 후 전 세계에 공장을 운영하던 회사의 방만한 경영은 크게 바뀐다. 현재의 메리 바라 회장이 이익이 나지 않는 공장은 문을 닫거나 파는 전략을 택한 후 호주의 홀덴을 문 닫고 유럽의 오펠을 파는 과정에서 한국GM의 앞날은 이미 예측이 가능했고 구조조정은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었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주요주주로서 이에 대한 대비를 못하고 군산공장 폐쇄결정 후 급히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GM의 전략을 읽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한국GM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가는 한국 경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이다. 단순히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기보다 장기적으로 한국GM이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선진국을 보면 보통 세 회사가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포드와 함께 경쟁하며 일본도 도요타, 르노닛산, 혼다가 경쟁구도를 갖고 있으며 독일도 VW, Benz, BMW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도 적어도 현대기아차와 경쟁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가 하나는 더 있는 것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기아차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에 속하고 있고 이번에 자율주행을 이용하여 평창까지 무난하게 갔다는 사실은 대단한 일이다. 항상 이등에 만족하지 않고 일등그룹에 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친환경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전 세계인에게 줄 수 있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소충전소 등을 지원하면 더 빠르게 세계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GM도 이 기회에 GM의 단순한 생산공장에서 탈피해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의 엔지니어링은 전통적인 자동차분야에서도 강하지만 IT, 배터리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바라건대 GM이 한국의 기술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GM의 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한 후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친환경적인 새로운 고유 모델을 개발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이런 점을 명심하고 단순히 GM으로부터 물량만 확보 받으려 하지 말고 자체적 생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협상을 현명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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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출시를 앞둔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이하 수소전기차) '넥쏘'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9㎞로 인증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5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한 '넥쏘 미디어 익스피리언스 데이' 행사에서 넥쏘의 구체적 제원을 공개했다. 사진은 넥쏘가 전시된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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