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포럼] `신문지 게임` 같은 한국사회… 경제주체 공동체성 회복해야

이한철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 

입력: 2018-03-06 18:00
[2018년 03월 07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포럼] `신문지 게임` 같은 한국사회… 경제주체 공동체성 회복해야
이한철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
예능 프로그램에 '신문지 게임'이 있다. 게임 참가자는 펼쳐진 신문지 위에 한 발씩 들여놓고 올라선다. 신문지에 올라선 사람 수에 비해 신문지 면적은 턱없이 좁다. 사람들은 밖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붙잡고 버틴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을 버텨야 성공하는 게임이다. 문제는 성공할수록 신문지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신문지 게임은 공동체의 생존게임이다.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신문지 면적을 확대하면 해결되지만 이 같은 조건은 애초에 없다. 공동체 붕괴위험은 갈수록 커지는데 해결책은 없는 이 게임에서 한국사회를 보게 된다. 한국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4배로 13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으며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돈다. 2018년에 인구절벽이 시작되고 2029년에 자연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사회가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벡이 말한 위험은 근대화의 성공으로 발생한 위해와 불안을 뜻한다. 또 위험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며, 현실로 다가오는 어떤 것이다. 근대화는 위험을 수반하지만 기존 제도로는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 위험사회는 과학기술 발전의 부정적인 측면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나 사회적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만약 과학기술 발전과정에 적절한 사회적 개입이 있었다면 산업화는 더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에 대한 경고는 경제발전 이슈에 묻혀버렸다.

벡의 위험사회는 세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방사능 유출 같은 고도위험이 상존하고, 고도위험을 다루는 사회제도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그러한 위험이 사회적 어젠다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필요조건이라면 '결핍의 독재'에서 벗어날 정도의 선진국이 돼야 하는 것은 충분조건이다. 결핍의 독재는 어떤 위험이나 두려움도 결코 배고픔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벡의 위험사회 개념을 한국사회에 비춰보면 무엇이 있을까. 핵전쟁, 방사능 유출, 미세먼지 등이 떠오른다. 이번엔 소프트웨어 측면의 위험으로 눈을 돌려보자. 자살증가, 청년실업, 양극화, 인구감소 등이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 한국사회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이러한 위험은 벡의 위험사회 요소를 갖추고 있다. 방사능 유출 같은 일시적 대형재난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영향력은 엄청나다 할 것이다. 이 같은 위험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결핍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나라는 아니라는 것도 조건을 충족한다.

잔인한 신문지 게임은 현실이며 닥쳐올 재앙이다. 바닥면적은 더 좁아지고 있는데 게임 참가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기존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자살방지, 실업 및 양극화 해소 그리고 인구감소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대책의 기저에 최저임금 인상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결과, 2016년 기준 한국 최저임금은 OECD 중간수준이며, 국내 전일제 근로자 평균임금의 37.7%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근로자의 23.6%에 해당하는 463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사회의 위험요인과 해결방안의 공통분모는 '사람다움'이라고 본다. 사람다움은 자신의 존재이유이다. 그것은 자연인 본인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사회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 어려워진다. 사람답게 살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의 위험을 사회제도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미래 한국사회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벼랑에서 버티는 사람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어느 한쪽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제주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문지 게임은 모두의 패배로 귀결되고, 사회공동체는 무너질 것이다. 위험사회에서는 위험을 해결하면서 발전한다는 벡의 지적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월드컵